인조가 세 번이나 찾아와 말 묶었다는 바로 그 나무 아래
옥구슬 부딪히는 소리 들리는 연못, 300년 배롱나무가 가득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정원이 있다. 여름이면 연못을 따라 붉은 꽃이 만개하고, 왕이 직접 찾아왔다는 역사까지 품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즐기는 데에는 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 고즈넉한 연못가에 앉아 300년의 시간을 마주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이 정원이 가진 진짜 가치는 따로 있다.
왕이 직접 말을 묶었다는 나무가 있는 이유
이곳의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기 문인 오희도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터에 그의 아들 오이정이 조성한 민간 정원이다.조선 16대 왕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인재를 구하기 위해 직접 오희도를 찾아왔다는 일화는 이곳의 가치를 더한다. 인조는 정원 북쪽 은행나무에 말을 묶었다고 전해지며, 이 나무는 ‘인조대왕 계마행’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왕이 세 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탐냈던 인재가 머물던 공간이라는 역사적 배경은 정원의 격을 한층 높인다.
300년 배롱나무가 연못을 붉게 물들인다
명옥헌 원림의 백미는 단연 연못을 둘러싼 배롱나무 군락이다. 약 300년 수령의 고목 스무 그루가 여름이면 붉은 꽃을 피워내며 장관을 이룬다.이 정원은 자연과의 조화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위쪽 연못은 인공 석축 없이 땅을 파내 만들고, 아래쪽 연못은 자연 암반을 그대로 활용했다.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한국 전통 조경의 정수를 보여준다.
계곡물이 흐르며 옥구슬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고 해 ‘명옥헌(鳴玉軒)’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청각적 요소까지 더한 설계다.
입장료 0원인 진짜 배경은 따로 있었다
이처럼 뛰어난 경관과 역사적 가치를 지녔지만,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이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 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이다.명옥헌 원림은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9월 18일 국가 명승 제58호로 지정되었다. 우암 송시열이 경치에 감탄해 바위에 직접 글씨를 새겼을 정도로 예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공간이다.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전용 주차장과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다. 만약 당신이 7월 말에서 8월 사이 담양 여행을 계획한다면, 만개한 배롱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300년의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