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효성 창업주가 함께 심은 ‘부자 소나무’ 아래서
600년 한옥 마을에 숨겨진 K-기업가정신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창업주들의 발자취가 서린 곳. 으리으리한 담장과 비싼 입장료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비까지 일절 받지 않는, 600년 역사의 한옥 마을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국 경제 성장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다.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에 자리한 ‘지수승산부자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 가문이 오랜 세월 터를 지켜온 집성촌으로, 1980년대 조사 기준 한국 100대 재벌 중 30여 명을 배출한 기록을 가졌다. 마을 안쪽에는 대기업 창업주들의 생가를 포함한 전통 한옥 12채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 창업주가 함께 심은 소나무 한 그루의 의미
마을의 중심에는 옛 지수초등학교 건물을 새 단장한 ‘K-기업가정신센터’가 방문객을 맞는다. 2022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운동장 한편에는 유독 시선을 끄는 거대한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바로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함께 심고 가꾼 ‘부자 소나무’다. 같은 초등학교 동문이었던 이들이 훗날 한국 경제를 이끌 거목으로 성장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소나무는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룻밤 5만원에 느끼는 부자의 기운
마을의 고즈넉함을 하룻밤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한옥스테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승산에부자한옥’은 2인실 기준 성수기(7월 1일~8월 31일)에도 1박 5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숙박 예약은 매월 1일 오전 10시에 다음 달 이용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저렴한 가격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인근에 ‘지수남명진취가’라는 또 다른 한옥 숙소도 있어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마을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생가와 전시관, 고즈넉한 한옥 골목길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늦여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모든 것이 무료로 개방돼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부의 역사가 시작된 현장을 경험하려는 방문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자가용 이용 시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483-1’ 주소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