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마다 전설이 흐른다
역사 품은 국내 폭포 여행지 5곳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폭포 주변의 서늘한 공기와 거센 물소리가 그 자체로 피서가 된다. 풍경뿐 아니라 오래된 전설과 역사, 독특한 지질까지 품은 국내 폭포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경남 양산 천성산 자락의 홍룡폭포는 사찰과 폭포가 한 장면에 담기는 보기 드문 여행지다. 폭포 바로 옆에 홍룡사 관음전이 자리해 거센 물소리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홍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원효대사가 천성산에서 승려들에게 화엄경을 설법할 당시 이곳에서 수행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폭포 아래 살던 천룡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햇빛이 물보라를 통과하는 날에는 실제로 무지개가 피어나 ‘홍룡’이라는 이름을 실감하게 한다. 비가 충분히 내린 뒤 찾으면 여러 단의 바위를 타고 흐르는 힘찬 물줄기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폭포가 높은 절벽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면 강원 철원 직탕폭포는 옆으로 길게 펼쳐진다. 높이는 약 3m에 불과하지만 너비가 약 80m에 달해 ‘한국의 나이아가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직탕폭포는 한탄강의 화산 역사를 보여주는 지질 명소이기도 하다. 수십만 년 전 분출한 용암이 식어 현무암층을 만들었고, 오랜 세월 흐른 물이 약한 부분을 깎으면서 계단 모양의 폭포가 형성됐다. 지금도 침식이 계속돼 폭포의 위치가 조금씩 상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석정과 송대소,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함께 둘러보면 용암이 빚은 철원의 풍경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경기 포천 비둘기낭폭포는 현실보다 영화 속 장면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현무암 절벽이 둥글게 감싼 협곡 아래로 물줄기가 떨어지고, 폭포수가 고인 소는 빛에 따라 짙은 청록색과 에메랄드색을 오간다. 물이 현무암층을 깎아 하식동굴과 협곡을 만들면서 현재의 신비로운 지형이 완성됐으며, 자연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과거 폭포 주변 동굴과 바위틈에 산비둘기가 많이 둥지를 틀어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독특한 풍경 덕분에 ‘추노’, ‘선덕여왕’, ‘킹덤’ 등 여러 작품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폭포 안으로 들어가거나 물놀이할 수는 없지만 전망 데크에서 협곡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 한탄강 하늘다리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연계하면 당일 여행 코스로 알차다.
강원 인제 설악산의 대승폭포는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 3대 폭포로 꼽힌다. 해발 약 740m 지점에서 높이 약 88m의 물줄기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장수대 탐방지원센터에서 전망대까지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므로 편한 신발과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폭포 이름은 ‘대승’이라는 청년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대승이 절벽에 매달려 버섯을 따던 중 돌아가신 어머니가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고 급히 올라가 보니 커다란 지네가 줄을 갉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은혜가 아들을 위기에서 구한 셈이다. 맞은편 암벽에는 조선 시대 명필 양사언이 썼다고 전해지는 ‘구천은하’ 글씨도 남아 있다. 수량 변화가 큰 만큼 비가 적은 시기에는 물줄기가 가늘어질 수 있다.
경북 포항 내연산에는 12개의 폭포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보경사에서 출발해 상생폭포와 보현폭포, 잠룡폭포 등을 지나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가 ‘폭포 순례길’이다.
관음폭포는 절벽과 동굴, 두 갈래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연산교를 건너면 높이 약 30m의 제7폭포 연산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은 청하현감으로 근무하며 내연산의 절경을 접한 뒤 ‘내연삼용추’ 등을 남겼다. 300여 년 전 그림 속 풍경을 따라 걷는다는 점에서 자연과 미술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폭포는 비가 내린 양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집중호우 직후에는 계곡물이 불어나거나 낙석과 산사태 위험으로 탐방로가 통제될 수 있다. 특히 대승폭포와 내연산처럼 산길을 걸어야 하는 곳은 출발 전 국립공원과 지자체의 실시간 통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