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만 볼 수 있는 평창 메밀꽃 명소
“입장료도 0원”

사진=생성형 이미지
산 아래 들판이 온통 하얗다. 멀리서 바라보면 때아닌 눈이라도 내린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발목 높이의 작은 꽃 수천 송이가 바람을 따라 한꺼번에 흔들리고, 그 사이로 난 길을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간다. 이 풍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9월, 강원 평창 봉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 입장료 ‘0원’…9월 열흘간 펼쳐지는 하얀 꽃밭

정체는 메밀꽃이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에서는 오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2026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실제 배경에서 열리는 축제다.

무엇보다 부담 없이 찾아가기 좋다. 올해 축제 입장료는 무료다.
사진=평창효석문화제
돈을 내고 들어가는 대형 꽃축제와 달리 봉평을 뒤덮은 메밀꽃 풍경과 축제장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평창역에서 축제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문학열차를 비롯한 일부 체험 프로그램과 먹거리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볼거리의 중심은 역시 메밀꽃밭이다. 꽃 하나만 보면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수많은 메밀꽃이 넓은 들판을 한꺼번에 뒤덮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록색 줄기 위에 작은 흰 꽃들이 빼곡하게 올라와 멀리서는 들판 전체에 눈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장도 현실이 된다. 이효석은 소설에서 달빛 아래 메밀꽃 풍경을 ‘소금을 뿌린 듯’하다고 표현했다. 책 속 문장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는 여행인 셈이다.
사진=평창효석문화제
■ 신발 벗고 메밀껍질 속으로…‘황금메밀’ 찾기도

올해는 꽃밭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축제가 아니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황금메밀을 찾아라’다. 약 100평 규모 공간에 메밀껍질을 10~15㎝ 높이로 채워 놓고 그 안에 숨겨진 황금메밀을 찾는다. 신발을 벗고 메밀껍질 속으로 들어가 직접 보물을 찾아야 한다.

황금메밀을 찾아낸 참가자 가운데 선착순으로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단, 이름처럼 진짜 황금이 상품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걷기가 힘들다면 메밀꽃밭을 열차로 둘러볼 수도 있다. 축제 기간에는 ‘메밀꽃열차’가 운행된다. 달빛흐믓낭만공원에서 출발해 메밀스케치와 별빛마루를 돌아오는 코스로, 앉아서 메밀꽃밭과 축제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용료는 5000원이다.

해가 진 뒤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낙엽을 태우며 불멍을 즐기는 무료 체험도 예정돼 있다. 마당극 ‘메밀꽃 필 무렵’과 전국효석백일장, 평창메밀꽃가요제,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등도 축제 기간 이어진다.
사진=평창효석문화제
■ 400년 된 장터까지…진짜 ‘메밀꽃 필 무렵’ 속으로

봉평 여행이 재미있는 이유는 꽃밭 주변까지 소설의 무대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봉평장이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 오일장으로 매달 2일과 7일 장이 선다. 소설 속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장소도 바로 봉평장이다.

메밀꽃밭을 걸은 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 이효석 생가마을 등을 함께 둘러보면 단순한 꽃구경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을 따라가는 여행이 된다.

메밀꽃밭 사이에는 소설 속 인물과 원두막 등을 활용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평지뿐 아니라 산중턱에도 메밀밭이 있어 장소를 조금만 옮겨도 풍경이 달라진다. 일부 메밀밭에서는 멀리 계방산과 오대산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봉평장과 축제 기간이 겹치는 날짜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축제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만큼 오일장이 서는 7일과 12일에는 메밀꽃과 전통시장 분위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 메밀꽃 보고 막국수까지…1만원이면 한 그릇

눈으로 메밀을 봤다면 마지막은 입으로 즐길 차례다.

축제장에서는 봉평메밀 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각각 1만원에 판매한다. 메밀전병은 3장 1만원, 메밀부침도 3장 1만원이다. 순메밀 묵말이와 눈개승마 육개장 등 다른 메뉴도 준비된다.

특히 봉평 막국수는 메밀 반죽을 분틀에 넣어 바로 면을 뽑고 삶는 것이 특징이다. 메밀면은 쉽게 끊어지기 때문에 면을 뽑는 과정 자체가 일반 밀가루 국수와 다르다.

새하얀 메밀꽃밭을 실컷 걷고 난 뒤 살얼음이 뜬 막국수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면 ‘봉평에서만 가능한 여행’이 완성된다.

축제 자체는 무료이고 평창역에서 무료 셔틀까지 운영될 예정이라 당일치기로 접근하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이 풍경은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메밀꽃이 들판을 하얗게 뒤덮는 때는 초가을의 짧은 기간이다.

아직 단풍은 이르고 여름 바다는 조금 지겨워지는 9월. 남들보다 먼저 가을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평창 봉평이 답이 될 수 있다. 눈이 오려면 한참 남았지만, 들판만큼은 이미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