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팜파스그라스 도입한 태안 천리포수목원, 전체 면적 10%만 공개하는 배경

가을 인생샷 명소로 알려졌지만 47년간 지켜온 진짜 정체는 따로 있었다

천리포수목원 풍경 / 사진=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가을이면 은빛 팜파스그라스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SNS에는 인생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주말마다 방문객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의 본질은 사진 촬영지가 아니다. 47년간 1만 6347 분류군의 식물 자원을 축적해 온 국내 최고 수준의 학술 연구 공간이다.

이러한 배경 탓에 전체 부지 중 극히 일부만 대중에게 허락된다. 1만 3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방문객 대부분은 제한된 동선에 아쉬움을 느끼며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천리포수목원 / 사진=천리포수목원

47년간 가꿔온 정원 대부분이 비공개인 까닭

천리포수목원의 전체 면적은 축구장 8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589,429㎡(약 18만 평)에 달한다. 총 7개 관리 구역으로 나뉘어 있지만, 일반 관람이 상시 허용된 구역은 ‘밀러가든’ 한 곳뿐이다.


밀러가든의 면적은 65,623㎡로 전체의 약 11%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6개 구역은 식물 유전자원 보존과 연구를 위해 철저히 비공개 원칙으로 운영된다. 관광객의 편의보다 식물의 안정적인 생육 환경을 우선시하는 설립 철학이 47년간 이어진 결과다.

수목원은 특히 5개 식물 속에 대한 집중적인 수집과 연구를 진행한다. 목련속 789분류군, 동백나무속 800분류군, 감탕나무속 528분류군 등은 국내외 학계에서도 주목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가을이 오고 있는 천리포수목원 / 사진=천리포수목원

국내 최초 팜파스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역설적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팜파스그라스 역시 이러한 학술적 노력의 산물이다. 일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천리포수목원은 1979년 팜파스 품종인 ‘써닝데일 실버(Sunningdale Silver)’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 방문객이 밀러가든에서 볼 수 있는 은빛 정원은 수십 년간의 연구와 관리가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수목원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입장료는 일반 성인 기준 1만 3000원이며, 숲해설 프로그램은 회당 5만 원의 별도 비용이 발생한다.
천리포수목원 팜파스그라스 / 사진=천리포수목원

하루 머물며 제대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짧은 관람이 아쉽다면 수목원 내 숙박시설인 ‘가든스테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에 위치한 에코힐링센터 등 숙박시설은 예약일 기준 60일 전 24시부터 하루 전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숙박객은 일반 방문객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 일부를 산책하거나, 고즈넉한 아침의 정원을 온전히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식물에 깊은 관심이 있고 하룻밤의 조용한 휴식을 원한다면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다. 태안 해안 자전거 코스 이용객이 잠시 들러 쉬어가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단순히 가을 풍경을 즐기러 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47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식물 연구의 심장부라는 사실을 알고 방문한다면, 공개된 작은 정원 속 식물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 사진=천리포수목원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