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퍼플섬 여행
보라색 옷 입으면 무료 입장 가능

초록 논과 푸른 바다 사이에 보랏빛 다리가 놓였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부터 바닥, 지붕, 벤치, 우체통까지 보라색으로 이어진다. 사진 한 장만 보면 유럽의 작은 테마마을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섬’이다. 가을 햇살이 한결 부드러워진 요즘, 단풍보다 먼저 카메라를 꺼내게 하는 국내 여행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 다리를 건너면 시작되는 ‘보라색 세계’

퍼플섬 여행의 핵심은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보랏빛 보행교다. 차를 세우고 다리 위에 올라서면 바다와 갯벌, 낮은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건물이 빼곡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색감이 더 또렷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보라색 길을 걷다 보면 일상에서 보던 풍경이 아니라 게임 속 배경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든다.

두 섬은 원래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주민들이 마을을 꾸미며 지붕과 다리, 쉼터에 보라색을 더했고, 지금은 ‘보라색 섬’이라는 뚜렷한 여행 이유를 가진 곳이 됐다. 특정 관광 명소 하나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 섬 전체를 천천히 걷고, 색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사진=한국관광공사
■ 보라색 옷 한 벌이면 더 특별해진다

퍼플섬을 찾는 여행객 사이에서는 ‘보라색 드레스 코드’가 빠지지 않는다. 보라색 모자나 셔츠, 스카프처럼 작은 소품 하나만 더해도 여행 사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연보라색 원피스나 보랏빛 니트, 라벤더색 운동화처럼 너무 튀지 않는 아이템도 잘 어울린다.

사진은 다리 중앙보다 섬 안쪽 산책길에서 더 여유롭게 남길 수 있다. 난간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구간, 보라색 지붕이 모여 있는 마을 골목,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길이 대표적인 포인트다. 한낮에는 색감이 선명하고, 해가 기울 무렵에는 보랏빛 구조물과 노을이 섞여 한층 부드러운 장면이 완성된다.
사진=신안군
■ ‘무얼 할까’보다 ‘얼마나 걸을까’가 중요한 여행

퍼플섬은 놀이기구를 타거나 유명 맛집을 여러 곳 도는 여행지와는 결이 다르다. 다리를 건너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고,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추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오히려 가족 여행객에게는 아이와 천천히 걷기 좋은 곳이 되고, 커플에게는 사진과 산책을 함께 즐기는 데이트 장소가 된다.

일정은 인근 신안의 섬 풍경이나 목포·압해도 드라이브와 묶으면 더 알차다. 다만 섬길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있고, 야외 이동 비중이 큰 편인 만큼 편한 신발과 가벼운 겉옷은 챙기는 편이 좋다. 입장 시간과 휴무 여부, 현장 운영 방식은 방문 전 신안군 관광 안내에서 확인해야 한다.

가을 여행이 꼭 붉은 단풍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보랏빛 다리를 건너고, 평소에는 입지 않을 색의 옷까지 꺼내 보는 하루. 퍼플섬은 “사진 찍을 곳이 있나”를 고민하기보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배경이 되는 여행지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