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대신 마라톤 여행…도쿄·타이베이·아테네까지 ‘런트립’ 붐
MZ가 선택한 런트립 인기 도시 TOP5
런트립,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부상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행객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마라톤 여행지는 일본 도쿄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 대만 타이베이, 그리스 아테네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쿄·시드니·뉴욕은 각각 전년 대비 숙소 검색량이 72%, 74%, 115%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는 도심 속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달리는 코스, 시드니는 항구와 해변이 맞닿은 도심 러닝 코스, 뉴욕은 센트럴파크와 맨해튼의 상징적인 풍경을 지나가는 다이내믹한 코스가 강점이다. 여기에 대만 타이베이는 아시아권에서 접근성과 참가 편의성이 뛰어난 대회로, 아테네는 올림픽 발상지라는 상징성이 더해진 ‘버킷리스트 여행지’로 꼽힌다. 이들 도시는 단순 러닝 장소를 넘어 여행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는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의 참여도 런트립 열풍을 키우는 촉매가 됐다. 올해 시드니 마라톤에는 걸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뉴욕 마라톤에는 방송인 기안84가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완주 인증과 현장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타이베이 마라톤은 매년 2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아시아 대표 대회로 자리 잡았고, 아테네 마라톤은 올림픽의 발상지 코스를 직접 달릴 수 있어 러너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준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달리기 좋은 도시’가 여행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118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리며 국내 러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목적지로 꼽혔다. 경주는 천년 고도 유적지와 자연 풍경이 어우러진 코스로, 대구는 4만 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하며 검색량이 190% 급증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달리기 좋은 도시 = 여행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행사들도 추천 여행지를 중심으로 런트립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사이판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일대에서 열리는 ‘사이판 마라톤’ 일정에 맞춘 스포츠 테마 상품을 운영한다. 해변과 가까운 코스를 달릴 수 있는 풀코스·하프·10km·5km 등 다양한 종목이 마련돼 있어 초보 러너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참가권과 여행 일정이 결합돼 현지 등록 절차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하나투어는 러닝 기반 스포츠 여행 플랫폼 ‘클투(CR8TOUR)’와 협업해 ‘다낭 마라톤 5일’ 상품을 선보였다.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미케비치를 달리는 하프코스가 핵심으로, 완주 후 전신 마사지와 기념 디너파티 등 러너 중심 혜택을 담았다. 사이판·울란바토르·도쿠시마 등 다양한 국제 마라톤과 연계된 상품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런트립의 확산 배경으로 건강과 여행 모두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꼽는다. 단순 관광이 아닌 ‘내가 직접 뛰며 경험한 도시’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마라톤 개최 도시는 자연스럽게 추천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준환 아고다 동북아시아 대표는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여행 수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달리기와 여행이 결합된 런트립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