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함부로 못 간다”
등골 오싹한 세계 금기 여행지 4곳
등골이 서늘해지는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환한 해변 대신 스산한 숲을, 화려한 랜드마크 대신 기묘한 전설이 깃든 공간을 선택하는 여행이다. 최근 여행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단순한 공포 체험을 넘어, 역사와 인간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장소를 직접 마주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으면서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금기 여행지’ 네 곳을 추려봤다. 멕시코시티 남쪽 소치밀코 운하 깊숙한 곳에는 ‘인형의 섬(Isla de las Muñecas)’이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섬 곳곳에 매달린 낡은 인형들이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거나 눈이 빠진 인형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방문객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섬은 과거 이곳에 살던 관리인이 익사한 소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인형을 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졌다. 세월이 흐르며 인형은 점점 늘어났고, 지금은 섬 전체가 기묘한 전시 공간처럼 변했다. 현재는 소치밀코 운하 보트 투어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하려는 여행객이 꾸준히 찾는다. 공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동시에 한 개인의 믿음과 집착이 만들어낸 독특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일본 후지산 북서쪽 기슭에 자리한 아오키가하라 숲은 울창한 수목과 용암 지형으로 형성된 자연 공간이다. ‘나무의 바다’라는 별명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외부 소음을 차단해 숲 안은 유난히 고요하다. 그 고요함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곳이 ‘금기’의 장소가 된 이유는 안타까운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숲의 자기장이 너무 강해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아 길을 잃기 쉬우며, 이로 인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2026년 현재, 일본 당국은 이곳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지정된 산책로를 절대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이곳을 방문할 때 전문 가이드 동반을 강력히 권장한다. 숲의 침묵 속에 서 있으면 자연의 장엄함과 동시에 인간의 나약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번화한 거리 아래에는 18세기 후반 만들어진 지하 공간이 존재한다. 사우스 브릿지 아래에 조성된 이 볼트(Vaults)는 한때 상점과 창고, 작업 공간으로 사용되었지만, 이후 빈민과 범죄자들이 모여 살던 공간으로 변했다. 열악한 환경과 어두운 구조는 이곳을 음산한 장소로 만들었고, 시간이 흐르며 각종 괴담과 도시 전설이 덧붙여졌다.
현재 에든버러 볼트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돌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와 낮은 천장, 습기가 감도는 공기는 방문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일부 투어는 과거 이곳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역사적 기록을 함께 소개하며, 단순한 ‘유령 체험’이 아닌 도시 하층민의 삶을 되짚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둠 속에서 이어지는 지하 공간을 걷다 보면, 화려한 관광 도시 에든버러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공포를 기대하고 찾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역사와 인간 삶의 이면을 체감하게 하는 장소에 가깝다. 소문과 전설이 뒤섞인 공간이지만, 그 근간에는 분명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체코 쿠트나호라에 위치한 세들레츠 납골당(Sedlec Ossuary)은 ‘해골 성당’이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4세기 흑사병과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의 유골 약 4만 구가 내부 장식으로 사용된 독특한 공간이다. 샹들리에와 문장, 제단 장식까지 사람의 뼈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 마주하는 순간 강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히 기괴한 장소로 소비되기보다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하는 공간에 가깝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경건한 태도를 갖게 된다. 공포라기보다는 삶의 유한함을 직면하게 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금기 여행지와는 또 다른 결을 지닌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