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인데 계곡 이름이 지옥이라고?”
일본 홋카이도에서 만나는 뜨거운 풍경
온천 여행이라고 하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장면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일본 홋카이도에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온천 명소가 있다. 이름하여 ‘지옥계곡’이다. 땅 곳곳에서 하얀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바위틈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어오른다. 푸른 숲과 잔잔한 호수 대신 거친 암석과 유황 냄새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치 다른 행성에 도착한 듯한 이곳은 놀랍게도 일본에서 손꼽히는 온천 관광지다. 홋카이도 남서부에 자리한 노보리베츠는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 여행지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장소는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이다. 일본어로는 ‘지고쿠다니’라고 부른다.
이름만 들으면 무서운 전설이 깃든 장소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자연 지형이다.
약 1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분화구 흔적이 남아 있으며, 지금도 곳곳에서 뜨거운 수증기와 화산가스가 솟아오른다.
계곡 주변에는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황량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땅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거친 암석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무섭게 들리는 이름과 달리 관광객에게는 노보리베츠를 대표하는 볼거리다.
지옥계곡의 가장 큰 매력은 온천수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망 구역과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곳곳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황토색 바위와 흰 연기는 다른 온천 마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노보리베츠 온천의 뜨거운 물은 이 일대의 화산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여행객은 계곡을 둘러본 뒤 인근 온천 숙소나 당일치기 온천 시설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다만 지옥계곡은 실제 화산가스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지정된 산책로를 벗어나거나 출입이 통제된 구역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날씨와 현장 상황에 따라 일부 탐방로 이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노보리베츠는 사계절 방문할 수 있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온천 여행의 매력이 더욱 커진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따뜻한 계절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겨울에는 주변에 눈이 쌓이면서 황량한 계곡과 새하얀 설경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계곡을 둘러보고 온천욕을 즐긴 뒤 따뜻한 식사를 하는 일정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진다.
노보리베츠 온천 마을에는 다양한 료칸과 호텔이 있어 숙박 여행에도 적합하다.
삿포로에서 JR 특급열차를 타면 노보리베츠역까지 약 1시간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어 홋카이도 여행 일정에 하루나 이틀 정도 추가하기에도 좋다. 다만 교통수단과 출발지에 따라 이동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지옥계곡을 여행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은 계곡 관람과 온천욕이 서로 다른 체험이라는 것이다.
지옥계곡은 화산 지형을 구경하는 관광 명소이며, 뜨거운 물에 직접 몸을 담그는 장소는 아니다.
온천욕을 즐기려면 인근 호텔이나 료칸, 별도의 온천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시설에 따라 당일 입욕 가능 여부와 요금이 다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온천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노보리베츠에서는 지옥을 상징하는 도깨비 조형물과 독특한 온천 거리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면 자연의 신비로움이 더 오래 기억되는 곳이다.
뜨거운 땅을 구경한 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하루. 노보리베츠에서는 이름과 정반대인 편안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