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주행거리와 VVIP급 실내, 국내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절대 반지’가 될 것인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모든 공식을 새로 쓸 ‘끝판왕’이 마침내 등판을 예고했다. 바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가 한국에너지공단의 주행거리 인증을 마치며, 국내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린 것이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도로 위를 움직이는 거대한 궁전이라 불릴 만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측정면 (출처=캐딜락)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측정면 (출처=캐딜락)


인증된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무려 739km.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것도 넘볼 수 있는 이 압도적인 숫자는 충전 스트레스라는 전기차의 오랜 숙제를 단번에 풀어버리는 시원한 해답이다. 이제 더 이상 장거리 여행 앞에서 충전소 위치를 검색하며 망설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상식을 파괴하는 스케일, 경쟁자가 없다

이 경이로운 주행거리의 비밀은 심장에 있다. GM의 최첨단 전기차 전용 플랫폼 위에 올라간 208.6kWh 용량의 거대한 배터리는, 국산 대표 대형 전기 SUV인 기아 EV9(99.8kWh)의 배터리 두 개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말 그대로 ‘급’이 다른 스케일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캐딜락)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캐딜락)
배터리만 큰 것이 아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대 350kW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인 단 10분 충전만으로 약 160km를 더 달릴 수 있다. 성능은 더 입이 떡 벌어진다. 듀얼 모터가 뿜어내는 기본 출력은 689마력, 짜릿한 주행을 원할 때 사용하는 ‘벨로시티 맥스’ 모드에서는 최대 760마력이라는 슈퍼카 뺨치는 괴력을 발휘한다. 4.2톤에 달하는 거구를 깃털처럼 밀어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초 만에 주파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출처=캐딜락)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출처=캐딜락)

거대한 궁전의 우아한 몸놀림

에스컬레이드 IQ의 진정한 가치는 이 엄청난 힘과 크기를 완벽하게 다스리는 데 있다. 전장이 5,697mm, 휠베이스가 3,460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과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의 환상적인 조화로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측후면 (출처=캐딜락)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측후면 (출처=캐딜락)
특히, 이 거대한 몸집을 놀랍도록 민첩하게 만드는 ‘4륜 조향 시스템’은 백미다. 저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꺾이며 5.7미터에 달하는 차체가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장을 중형 세단처럼 빠져나가는 마법을 보여준다. 더 이상 대형 SUV의 운전 부담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래에서 온 VVIP 라운지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이 차가 왜 ‘왕’이라 불리는지 깨닫게 된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55인치 필러-투-필러(Pillar-to-Pillar) LED 디스플레이는 현존하는 어떤 자동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을 안겨준다.

7인승으로 구성된 실내는 항공기 일등석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그제큐티브 2열 시트’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어,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움직이는 VVIP 라운지 그 자체로 변모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시트 (출처=캐딜락)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실내 시트 (출처=캐딜락)
GM 한국사업장은 아직 공식 출시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모든 인증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업계에서는 2026년 상반기 출시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미국 현지 시작 가격이 약 13만 달러(약 1억 8,00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2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 ‘왕’의 등장이 국내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를 어떻게 새로 그려 나갈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