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좋은데 비싸다” 호평에도 판매량 급감, 제네시스 GV60의 굴욕
전기차 보조금 100% 못 받는 가격, 결국 ‘가성비’에 밀렸다
GV60 / 제네시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 GV60이 시장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다.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급감하며 ‘좋지만 비싼 차’라는 인식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뛰어난 상품성 불구 판매량 급감
GV60은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 혁신적인 기술로 출시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81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며,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채울 수 있는 등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러한 호평이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22년 5,639대였던 국내 판매량은 2023년 3,198대로 급감했고, 올해(2024년 1~4월 기준)는 590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곤두박질쳤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제네시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GV60 / 제네시스
문제는 차가 아닌 시장이었다
GV60의 판매 부진은 차량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나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시장의 위축은 모든 전기차의 공통된 고민이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제네시스 GV60에게는 더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는 좋지만, 지금 이 가격에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결정적 패인 보조금과 가격
GV60 / 제네시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GV60의 시작 가격은 세제 혜택 후 6,490만 원부터다. 이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인 5,5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결국 GV60은 50%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어 실구매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동일한 E-GMP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와 비교될 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성능이라면 보조금을 최대로 받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모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GV60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브랜드보다 현실이 된 전기차 시장
GV60의 사례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보다 ‘현실적인 조건’을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보조금, 실구매가, 충전 편의성, 유지비 등 실제 차량 운용과 직결된 요소가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단순히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정책 조정이나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GV60 / 제네시스
GV60 실내 / 제네시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