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부품 지원’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를 정면으로 우려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의 과실은 수입차가 차지하는 가운데, 정책 공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열기와 달리, 완성차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정부의 국내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서 전기차가 제외되면서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치열한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배터리 등 부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이라, 정책 공백이 국내 생산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 부품 지원이 전부가 아니다
정부는 이차전지 같은 핵심 부품 산업을 키우면 완성차 경쟁력도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부품 지원이 실제 완성차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그 효과가 국내 생산 확대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완성차에 대한 직접 지원이 빠지면 판매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판매량은 늘었는데, 국산차만 웃지 못하는 이유
시장 상황은 업계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19만85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6%나 급증했다.
문제는 이 성장의 과실이 고스란히 국산차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는 부품 공급 차질 등의 여파로 65만8000대에 머무르며 4.8% 감소했지만, 수입차는 19만3000대가 팔리며 30%나 증가했다.
특히 테슬라와 BYD 등 수입 전기차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기차 시장은 커지는데 국내 제조사의 입지는 좁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요 확대 정책마저 수입차 좋은 일 시킬 판이다
정부는 업무용 친환경차의 감가상각비 인정 한도를 연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수요 확대책을 내놓았다. 내연기관차(700만원)보다 혜택을 더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수입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는 구도를 고려하면, 세제 혜택의 상당 부분이 해외 브랜드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라면 향후 국산차 가격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완성차 업계는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수입차와 공정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완성차에 대한 직접적인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