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와 지리가 손잡고 개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완성차 업계의 비장의 카드, 2027년 양산 예고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기술이 등장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다시 내연기관 엔진을 얹는다는, 그야말로 역주행에 가까운 발상이다. 이 혁신적인 파워트레인은 르노그룹과 중국 지리홀딩스의 합작사인 ‘호스 파워트레인(Horse Powertrain)’이 공개한 ‘퓨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신형 엔진 - 출처 : 호스파워트레인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근 판매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하이브리드차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라인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스 파워트레인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흐름에 정점을 찍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뼈대에 그대로 얹는 엔진
호스 파워트레인이 선보인 새 시스템의 핵심은 ‘호환성’이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설계된 차체 구조와 생산 라인을 거의 변경하지 않고도 엔진과 변속기, 전기 모터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이는 기존 전기차의 파워트레인보다 길이를 약 150mm 단축한 초소형 설계 덕분에 가능하다. 신형 시스템은 1.5리터 4기통 엔진과 전용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기반으로, 740mm 폭의 듀얼모터(P1+P3) 구성과 650mm 폭의 초소형(P2) 구성 두 가지로 제공된다. 이 컴팩트한 구조 덕분에 기존 전기차의 프런트 서브프레임에 거의 그대로 장착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포기할 필요 없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신속하게 추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조 시스템(HVAC) 등 기존 전기차 부품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제조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환경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 또한 전륜구동과 사륜구동(AWD)을 모두 지원해 소형차급에서도 고성능 AWD 하이브리드 구현이 가능해진다.
가솔린부터 메탄올 합성연료까지
이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폭넓은 연료 대응력이다. 일반적인 가솔린은 물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 E85 에탄올, M100 메탄올, 그리고 탄소중립 연료인 합성연료(E-fuel)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이는 각 국가와 지역별로 상이한 연료 인프라와 친환경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예를 들어 바이오 에탄올 인프라가 잘 갖춰진 브라질 시장과 합성연료 도입에 적극적인 유럽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호스 파워트레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스템 폭을 약 70mm 더 줄인 3기통 엔진 기반 버전도 개발 중이다. 이는 경차나 서브컴팩트급 소형차 시장까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장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7년 양산 목표 새로운 옵션 될까
호스 파워트레인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 세계 17개 생산 시설과 5개의 R&D 거점, 약 1만 9천 명의 인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이 새로운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형 엔진 - 출처 : 호스파워트레인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는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플랫폼을 재활용해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까지 신속하게 라인업에 추가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비용 절감과 시장 대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엔진 품은 전기차 플랫폼’ 기술. 이것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배신’이 될지, 아니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혁신’이 될지, 2027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주목된다.
신형 엔진 - 출처 : 호스파워트레인
신형 엔진 - 출처 : 호스파워트레인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