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포츠카 명가 로터스, 순수 전기차 전략 전면 수정
충전 걱정 없는 912마력 괴물 하이브리드 SUV로 시장 판도 바꾼다

엘레트라/출처-로터스
엘레트라/출처-로터스




영국의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가 2026년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를 선보인다고 밝혀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했던 로터스가 불과 몇 년 만에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기차 판매 실적을 만회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개될 신형 SUV는 기존 순수 전기 SUV ‘엘레트라’의 차체를 기반으로 내연기관 엔진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전기차 모델보다 주행거리를 두 배 이상 획기적으로 늘려 실용성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912마력 품은 하이퍼 하이브리드 심장



엘레트라/출처-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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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는 신형 SUV에 브랜드의 고성능 DNA를 그대로 이식했다. 900V 초고전압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 시스템에 2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더했다. 이 엔진은 약 275마력의 출력을 내며, 이미 중국 지리그룹의 고급 브랜드에서 사용돼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강력한 전기 모터 두 개를 결합해 시스템 총 출력은 무려 885마력(일부 외신 912마력)에 달한다. 일부 고성능 트림에서는 모터를 하나 더 추가해 최대 1381마력까지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전기차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내연기관의 꾸준한 힘을 모두 잡겠다는 로터스의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48V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스태빌라이저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거대한 SUV임에도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고 정교한 핸들링을 구현했다.

충전 걱정 없는 압도적인 주행거리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압도적인 주행거리다. 이 차는 한 번의 주유와 충전으로 최대 996km를 달릴 수 있다. 순수 전기차인 엘레트라의 주행거리(463km)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장거리 운행 시 충전소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엘레트라/출처-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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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기차의 장점도 그대로 유지했다. 9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단 10분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특성은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터스는 2026년 중국 시장에 이 모델을 우선 출시한 뒤,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로터스의 미래가 담긴 새로운 라인업



로터스는 이번 PHEV SUV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될 모든 차량에 유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실적 회복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브랜드의 장기적인 방향성 자체를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다. 로터스는 ‘하이퍼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워 고성능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엘레트라/출처-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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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출시 모델로는 세단형 전기차 ‘에메야’의 하이브리드 버전과 엘레트라보다 작은 체급의 SUV ‘비전 X’가 준비 중이다. 특히 비전 X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더 많은 소비자가 로터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전략적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수 전기차만으로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로터스의 과감한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엘레트라/출처-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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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