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지루함의 반전 효과… 뇌·감정·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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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거의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운동할 때는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놓으며, 잠들기 직전까지 알림과 콘텐츠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모두가 피하려 드는 ‘이 감정’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지루함입니다.
‘이 감정’의 정체는 지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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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은 외부 자극이 거의 없을 때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어폰 없이 걷는 시간, 교통체증 속에서 멍하니 있는 순간처럼 말입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때 뇌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쪽으로 전환됩니다. 외부 자극에 집중하던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이동해 공상, 자기 성찰, 기억 정리, 미래 상상을 시작합니다.
지루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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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상태에서는 신경계의 각성이 낮아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감소하고, 심박수도 함께 낮아집니다. 이는 몸과 마음이 회복 모드로 들어간다는 신호입니다. 동시에 동기와 보상을 담당하는 도파민 수치는 일시적으로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사람은 몸을 꼼지락거리거나 무언가를 하고 싶어집니다. 바로 이 불편함 때문에 우리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게 됩니다.
지루함이 주는 긍정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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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루함이 뇌를 리셋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에서 벗어나면, 뇌는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정리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 과정은 창의력 향상과도 연결됩니다. 실제로 지루함 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지루함은 마음챙김과 현재 인식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연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과 관계 만족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모두에게 지루함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지루함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있거나 불안, 강박, 우울 성향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시간이 오히려 불안과 반추를 키울 수 있습니다. 지루함이 무기력, 즐거움 상실, 삶의 방향 상실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지루함을 ‘건강하게’ 연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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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음악 없이 걷기, 소리 없이 집안일 하기, 혼자 조용히 식사하기처럼 짧은 시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타이머를 5분 정도 맞추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신체 감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루함이 주는 메시지를 읽어라
지루함은 종종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자극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속도를 늦춰야 할까?” 지루할 때 올라오는 감정과 몸의 반응을 관찰하면, 미뤄둔 욕구나 피로, 회복의 필요성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일기로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지루함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오해받는 상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지루함은 뇌와 마음을 회복시키고, 창의력과 자기 인식을 키우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중요한 것은 활동과 지루함 사이의 균형입니다. 바쁠수록, 더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는 것. 그 조용한 순간이 오히려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이서윤 기자 syl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