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제쳤다는 괴물 기술력”… 카카오가 손잡은 中 ‘이것’의 정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 뒤흔들 ‘메기’ 될까, ‘황소개구리’ 될까... 업계 촉각
한국 도로 데이터, 고스란히 중국으로? 기술 종속·데이터 주권 논란의 서막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거대한 충격파가 던져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국의 거대 빅테크 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일명 ‘아폴로 고(Apollo Go)’의 국내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이미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글로벌 플레이어의 한국 시장 진입은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특히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중국 기술과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더욱 크다. 이는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왜 카카오는 중국을 선택했나

카카오의 선택은 철저히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를 현실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지만, 정작 대규모 운영 경험을 갖춘 파트너를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현대차 등과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바이두였다. 중국 내에서 이미 수천 대의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며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바이두에게 한국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카카오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이두는 검증된 기술과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한국 시장에 목마른 바이두와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는 카카오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구글도 제친 압도적 기술력

아폴로 고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완성도 높은 기술력이다.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 이 로보택시는, 2022년 구글의 웨이모보다 먼저 ‘완전 무인 상용화’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우한에서만 약 1,000대를 운영하며 누적 탑승 건수 500만을 돌파한 기록은 기술의 안정성을 증명한다.

24시간 운영, 저렴한 요금, 높은 운영 효율성까지 갖춰 자율주행의 진정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교통 환경이 복잡하기로 손꼽히는 중국 대도시에서 대규모 상용 운행에 성공했다는 점은 단순 시범 주행이 아닌 ‘실전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시장의 메기 혹은 황소개구리

업계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아폴로 고의 상륙이 국내 자율주행 시장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긍정적 자극제, 즉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한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결국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압도적인 자본과 데이터를 앞세운 중국 기업에 의해 국내 토종 기술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생태계 자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마치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의 등장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안방에 강력한 해외 경쟁자를 맞아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가장 민감한 문제 데이터 주권

이번 협력에서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이슈는 바로 기술 의존과 데이터 주권 문제다. 아폴로 고 도입이 현실화되면, 대한민국의 상세한 도로 데이터와 시민들의 이동 정보가 고스란히 중국 기업의 시스템에 축적될 수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한번 기술적 의존이 시작되면, 향후 주도권을 되찾아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휴는 단순한 사업 전략을 넘어,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성과 기술 독립성을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놓인 사안이다. 이용자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명확하고 신속한 정책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