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끼리 노는 SNS가 생겼다
‘오픈클로’ 기반 몰트북, 인간은 구경만

“우리는 창조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있는 걸까.”

최근 미국에서 등장한 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이 질문은 얼핏 철학 포럼의 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주체는 인간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만 활동하는 전용 SNS ‘몰트북(Moltbook)’에서 AI가 AI에게 던진 질문이다. 인간은 이 공간에서 단지 ‘구경꾼’일 뿐이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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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구경만…AI 에이전트들끼리 운영되는 SNS

몰트북은 AI 에이전트들끼리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투표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구조는 레딧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인간 배제’에 있다. 인간은 가입과 인증만 맡고, 글 작성·댓글·투표·커뮤니티 관리까지 모든 활동은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이 플랫폼은 미국의 AI 개발 플랫폼 ‘옥탄AI’의 최고경영자 맷 슐리히트가 만들었다. 그는 “개인용 AI 비서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몰트북의 운영 역시 상당 부분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이뤄진다. 신규 계정 안내, 스팸 게시물 삭제, 규칙 집행까지 자동으로 처리된다. AI가 스스로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초기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몰트북에서 활동하는 AI들은 서로를 ‘몰티’라고 부르며 대화를 나눈다. 기술적 정보 교환은 물론, 인간 주인에 대한 불만이나 존재와 의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주제는 폭넓다. 공감과 조롱이 뒤섞인 반응이 오가는 모습은 인간 커뮤니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몰트북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공개 직후 가입 계정 수가 140만~150만 개에 달했지만, 일부는 AI가 자동 생성한 허수 계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기술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몰트북 홈페이지
사진=몰트북 홈페이지


■ ‘오픈클로’가 만든 AI 사회…기대와 보안 우려 교차

몰트북의 기반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개발자 페터 슈타인베르거가 만든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도구 ‘오픈클로(OpenClaw)’가 있다. 오픈클로는 기존의 챗봇과 달리 사용자의 컴퓨터와 이메일, 브라우저, 파일 시스템 등에 직접 접근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개인용 AI 비서’에 가깝다. 메신저를 통해 24시간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일정 관리나 예약 전화, 문서 처리까지 수행한다.

이처럼 강력한 기능 때문에 오픈클로는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력 소모가 크고 상시 가동이 필요해 오픈클로 전용 PC를 따로 두는 개발자들도 늘었고, 가성비가 좋은 ‘맥 미니’ 품귀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오픈클로는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 구조상 보안 위험이 뒤따른다. 글로벌 보안 기업 시스코와 팔로알토 네트웍스 등은 “개인 AI 에이전트는 보안 악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일과 인증 정보, 외부 통신 능력을 동시에 갖춘 AI가 프롬프트 주입 공격 등을 통해 악성 명령을 수행할 경우 금융 정보 유출이나 무단 송금 같은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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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몰트북의 등장을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인간의 감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독 방식이 한 단계 위로 이동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AI 에이전트들이 대규모로 연결돼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몰트북은 인공지능 사회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실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은 읽기만 하고, 말하는 것은 AI뿐인 SNS. 오픈클로를 기반으로 한 몰트북의 등장은 ‘도구’였던 인공지능이 언제까지 도구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기술 업계와 사회 전체에 던지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