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옆에 사막이?”
가을에 더 예쁜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바다가 바로 옆인데 눈앞에는 파도보다 모래언덕이 먼저 펼쳐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결이 생기고, 낮게 솟은 모래 능선은 한국의 풍경이라기보다 낯선 사막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충남 태안 신두리해안사구는 바다를 보러 갔다가 뜻밖의 풍경을 만나는 곳이다. 낮에는 끝없이 이어진 모래길을 걷고, 해가 지면 인근 해변에서 별과 파도 소리를 마주하는 가을 여행이 완성된다.
사진=신두리해안사구, 생성형 이미지
신두리해안사구는 파도와 바람이 오랜 시간 모래를 옮기며 만든 해안 모래언덕이다. 울창한 숲이나 높은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지 않아, 데크 위에 올라서면 모래 초지와 습지, 해안 풍경이 한 번에 이어진다. 사진으로 보면 넓은 사막 한가운데에 선 듯하지만, 몇 걸음만 옮기면 바다 냄새가 난다는 점이 이곳만의 반전이다.
사구는 단순히 모래가 쌓인 공터가 아니다. 바닷바람을 막고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 공간이다. 그래서 지정된 탐방로와 관찰 데크를 따라 걸어야 한다. 모래언덕 안으로 들어가 발자국을 남기기보다, 데크에서 능선과 식생을 함께 담는 편이 풍경도 더 깔끔하게 나온다.
가을에는 한낮의 뜨거움이 누그러져 걷기 좋다. 운동화에 모래가 조금 들어가는 것은 감수해야 하지만, 가벼운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모래의 베이지색과 초지의 연둣빛, 바다의 푸른빛이 차분하게 겹친다.
사진=신두리해변
■ 해 지기 전 사구, 해 진 뒤에는 신두리해변
‘가을 밤 사막’을 기대한다면 시간 계획이 중요하다. 신두리해안사구 탐방은 3월부터 10월까지 오후 6시에 마감된다. 사구 안에서 밤을 보내거나 어두운 탐방로로 들어가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대신 해 지기 1~2시간 전에 사구를 둘러보고, 일몰 뒤에는 가까운 신두리해수욕장이나 숙소 주변의 안전한 해변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빛이 남아 있을 때는 모래언덕의 그림자가 길어져 낮보다 입체적인 장면이 만들어진다. 해가 완전히 지면 해변 쪽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다. 도심보다 조명이 적은 곳에서는 구름이 걷힌 날 별을 보기 좋지만, 날씨와 달빛에 따라 시야가 크게 달라진다. 별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삼각대와 손전등, 따뜻한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여행은 신두리사구센터에서 시작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사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본 뒤 탐방로를 걸으면 평범한 모래길도 다르게 보인다. 해설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설명을 듣고 걷는 쪽이 훨씬 알차다.
당일치기라면 오후에 태안에 도착해 사구를 걷고, 신두리해변에서 일몰을 본 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일정이 좋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태안의 해안도로와 만리포해수욕장, 천리포수목원 등을 함께 묶어 1박2일로 다녀와도 좋다.
사진=생성형 이미지
다만 해안은 밤공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차가워지고 바람도 강할 수 있다. 얇은 재킷보다 바람을 막아줄 겉옷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
신두리해안사구는 모래를 밟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바람이 만든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가는 곳에 가깝다. 낮에는 사막 같은 능선을 걷고, 밤에는 해변에서 별을 올려다보는 하루. 국내에도 이렇게 조용하고 이국적인 가을 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떠날 이유가 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