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가 바위 구멍 지날 때마다 ‘거문고 소리’… 1950년대 등대 품은 울산의 숨은 명소
슬도 등대 / 사진=울산관광
방파제 끝에 다다르면 섬 전체를 뒤덮은 기암괴석과 하얀 등대가 방문객을 맞는다. 하지만 이곳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거친 파도가 섬에 부딪힐 때마다 어디선가 독특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현상 때문이다.
슬도 풍경 / 사진=울산관광
파도가 바위를 스치며 거문고 소리를 낸다
이 섬의 이름은 슬도(瑟島)다. 이름에 거문고 ‘슬(瑟)’ 자가 쓰인 데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섬을 이루는 바위에는 갯바람과 조류가 만든 구멍이 무수히 많다. 파도가 이 구멍들을 지날 때마다 마치 거문고를 연주하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이 소리는 예부터 ‘슬도명파(瑟島鳴波)’라 불리며 방어진 12경 중 하나로 꼽혔다.
섬 둘레를 잇는 ‘슬도바다길’에는 동해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다. 과거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알려지기도 한 이곳은 계절마다 색다른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슬도 들어가는 방파제길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갯바람이 깎아 만든 천연 방파제 역할을 했다
슬도의 바위 표면은 자세히 보면 더욱 흥미롭다. 천공 조개가 서식하며 남긴 수많은 흔적이 남아있어 독특한 지질 생태를 보여준다. 구멍이 많아 마치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 같다 하여 ‘시루섬’이나 ‘곰보섬’이라는 별칭도 가졌다.이 독특한 사암 지질은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외해에서 밀려드는 거친 파도를 직접 막아 방어진항을 보호하는 든든한 천연 방파제 역할을 수십 년간 수행해왔다. 섬 정상에는 1950년대 말에 세워진 높이 10.8m의 하얀 무인등대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슬도 전망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이제는 예술과 어촌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다
최근 슬도는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2024년, 섬 입구에 있던 기존 소리체험관을 재단장해 2층 규모의 복합문화전시관 ‘슬도아트’가 문을 열었다. 루프톱 구조를 갖춘 이 공간은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탐방 후에는 인근 방어진항으로 발길을 옮겨볼 만하다. 활어직판장과 수산시장이 촘촘히 연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어촌 풍경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별도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돼 주말 나들이를 계획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슬도 전경 / 사진=울산관광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