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하고도 남아... 가격표에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성비 하이브리드 세단 등장

‘가성비 하이브리드’라는 단어의 기준을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체리자동차가 선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2025년형 ‘풀윈 A8’이 상식을 파괴하는 성능과 가격으로 시장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스펙만 보면 국산 중형 세단을 훌쩍 뛰어넘는데, 가격표는 경차와 경쟁할 수준이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도 이 차 앞에선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다.
체리 2025년형 풀윈 A8 측면 (출처=체리자동차)
상식을 파괴하는 숫자들, 이게 가능해?

이 차의 제원표는 보고도 믿기 힘든 숫자들로 가득하다. 1.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뿜어내는 최고출력은 무려 360마력, 최대토크는 54.0kg·m에 달한다.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맞먹는 힘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차는 한 번 주유하고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이론상 최대 1,400km를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약 800km)하고도 600km를 더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주유소를 잊게 만드는’ 주행거리다.
체리 2025년형 풀윈 A8 측정면 (출처=체리자동차)
출퇴근 같은 일상 주행은 전기만으로 최대 70km까지 가능해 유류비를 아낄 수 있으며, 하이브리드 모드에서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22km/L에 달한다. 강력한 힘과 극강의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덩치는 쏘나타, 옵션은 그랜저급?

풀윈 A8은 크기부터 남다르다. 길이 4,790mm, 휠베이스 2,790mm로 국산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비슷한 덩치를 자랑한다. 날렵한 차체 비율과 대담한 전면 그릴, 스포티한 후면 디자인은 도로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낸다.
체리 2025년형 풀윈 A8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체리자동차)
실내로 들어서면 감탄은 더욱 커진다. 계기판과 센터 스크린을 하나로 합친 24.6인치 대형 듀얼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스마트폰 두뇌로 유명한 퀄컴 8155 칩셋을 탑재해 버벅거림 없는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편의 사양이다. 스마트폰 50W 고속 무선 충전, 운전석 및 조수석 열선·통풍 시트, 19가지 주행 보조 기능이 포함된 레벨 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국산차라면 최고급 트림에서나 볼 수 있는 호화로운 구성이다.
체리 2025년형 풀윈 A8 실내 2열시트 (출처=체리자동차)
아반떼 가격으로 쏘나타와 경쟁... 성공의 열쇠는?

풀윈 A8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역시 가격이다. 시작 가격이 약 1,500만 원. 이 가격이면 국내에서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기본 모델조차 구매하기 어렵다. ‘아반떼 가격으로 쏘나타급 차를 탄다’는, 시장의 룰을 파괴하는 전략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부족한 정비 및 서비스 망은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다. 아무리 성능과 가격이 좋아도 ‘믿고 탈 수 있는 차’라는 신뢰를 주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체리 2025년형 풀윈 A8 측후면 (출처=체리자동차)
가격 파괴를 넘어 ‘가치 파괴’를 선언한 이 무서운 신예가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지, 자동차 업계의 셈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