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원대 예산으로 누리는 압도적 공간감,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 고장나면 수리비 폭탄

한때 성공의 상징이던 현대 에쿠스 중고 가격이 1,000만 원대로 내려오며, ‘가성비 플래그십’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아반떼 한 대 값으로 제네시스 G90급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리비 폭탄이라는 치명적인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현대차 에쿠스 측정면 (출처=현대차)
신차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 1,000만 원대 예산으로 최고급 대형 세단의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뿌리치기 힘든 제안이다. 지금 에쿠스를 산다는 것,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그 빛과 그림자를 낱낱이 파헤쳐 본다.

빛: 1,000만 원으로 누리는 G90급 호사에쿠스의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급’에서 나온다. 5.1미터가 넘는 거대한 차체와 3미터가 넘는 휠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의 광활함은 현행 G90과 비교해도 전혀 아쉽지 않다.
현대차 에쿠스 실내 (출처=현대차)
여기에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듯한 정숙성, 그리고 이제는 전설이 된 5.0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최신 터보 엔진이 흉내 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정점을 보여준다. 1,000만 원대 예산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대형 세단의 본질 그 자체다.

그림자: 기름 먹는 하마와 수리비 폭탄달콤한 유혹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에쿠스의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유지비다. 시내 주행 시 한 자릿수를 벗어나기 힘든 극악의 연비는 각오해야 한다. 매일 운행하는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는 유류비 부담이 상당하다.
현대차 에쿠스 측정면2 (출처=현대차)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수리비 폭탄’이다. 특히 ‘에쿠스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에어 서스펜션은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만큼, 고장 시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리비를 청구한다. 부품 하나당 100만 원을 우습게 넘어가기 때문에, 중고 에쿠스 구매 시에는 에어 서스펜션의 상태를 목숨 걸고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사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2025년 7월 현재, 2015년식 에쿠스 VS380 모델은 상태에 따라 1,200만 원에서 1,700만 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다. 같은 예산이면 연비 좋고 잔고장 걱정 없는 5~6년 된 쏘나타나 K5를 살 수 있다.
현대차 에쿠스 측후면 (출처=현대차)
선택은 명확하다. 당신은 저렴한 유지비와 최신 편의장비를 원하는가? 아니면 엄청난 유지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공간과 품격을 원하는가?

다만, 비슷한 연식의 S클래스나 7시리즈와 비교하면 부품값이 훨씬 저렴하고 수리가 용이하다는 점은 에쿠스가 가진 확실한 장점이다. 수입 플래그십의 감성은 원하지만, 수천만 원 단위의 수리비는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에쿠스는 가장 현명한 타협점이 될 수 있다.

이 차는 더 이상 모두를 위한 차가 아니다. 잠재적인 위험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스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선택된 소수’를 위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