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테슬라, ‘모델 2’ 대신 모델 Y 기반 저가차로 돌파구 모색... 시장 반응은 ‘글쎄’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받아든 전기차의 거인, 테슬라가 결국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2만 5천 달러짜리 신차 ‘모델 2’ 대신, 기존 모델 Y의 부품과 설계를 재활용한 ‘저가형 버전’으로 판매 부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혁신이 아닌 ‘버티기’ 전략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측정면 (출처=테슬라)
신차인 줄 알았지? 모델 Y의 ‘다이어트 버전’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의 반값 전기차, ‘모델 2’의 꿈은 사실상 신기루가 됐다. 대신 테슬라가 내놓은 카드는 현재 주력 모델인 모델 Y를 기반으로 기능을 빼고 저렴한 소재를 사용해 가격을 낮춘, 이른바 ‘모델 Y 다이어트 버전’이다. 코드명 ‘E41’로 알려진 이 모델의 예상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약 4,800만 원) 수준이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런치 에디션 (출처=테슬라)
이는 2만 5,000달러(약 3,400만 원)라는 파격적인 신차를 기다렸던 소비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하는 것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신차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재고 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측후면 (출처=테슬라)
10년 만의 최악 실적, 절박함이 낳은 고육책테슬라가 이처럼 무리수처럼 보이는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심각한 실적 부진이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나 줄어들며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도 중국의 BYD에게 내준 지 오래다.
테슬라 모델 Y(출처=테슬라)
특히 중국 시장에서 약 1만 달러(약 1,400만 원)에 팔리는 BYD의 ‘시걸’과 같은 초저가 전기차가 무섭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3만 5,000달러짜리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오는 9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마저 종료되면, 테슬라의 부진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측정면2 (출처=테슬라)
진짜 비전은 ‘로보택시’, 저가차는 ‘시간 벌기’?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번 결정이 ‘저가차 시장 공략’이 아닌, ‘로보택시(Robotaxi)’라는 더 큰 꿈을 위한 ‘시간 벌기’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일론 머스크는 줄곧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완성해, 전 세계에 깔린 테슬라 차량을 운전자 없는 택시로 활용하는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테슬라 모델 Y 주니퍼 실내 (출처=테슬라)
결국, 혁신적인 신차 개발에 쏟을 자원과 시간을 아껴 FSD와 로보택시 개발에 ‘올인’하고, 그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존 모델을 재활용해 최소한의 판매량을 유지하며 버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로보택시의 상용화가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서, 당장의 판매량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