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공개, 파격적인 가성비와 화려한 옵션으로 시장에 던진 출사표. 팰리세이드급? 싼타페급? 논란의 핵심을 파헤친다.
2700만원대 가격표를 달고 한번 주유로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1500km를 달린다는 7인승 하이브리드 SUV가 등장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빠들의 ‘드림카’ 조건을 두루 갖춘 듯한 이 차의 정체는 바로 중국 체리자동차의 자회사, 제투어가 공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산하이 L7 플러스’다. 파격적인 가격과 화려한 스펙을 앞세운 이 ‘도전자’를 냉정하게 뜯어봤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측정면 (출처=제투어)
억 소리 나는 스펙, 정말일까?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주행거리다. 1.5리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32.659kWh 용량의 넉넉한 배터리를 결합한 ‘쿤펑 슈퍼 하이브리드 C-DM’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전기만으로 220km를, 엔진과 함께는 무려 150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제투어 측의 설명이다. 시스템 총출력은 355마력, 최대 토크는 530Nm로 힘 또한 부족함이 없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측정면2 (출처=제투어)
하지만 이 놀라운 숫자는 중국 현지 측정 방식(CLTC) 기준이다. 도심 주행 상황을 많이 포함해 주행거리가 후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국내의 깐깐한 환경부 인증을 거치면 주행거리는 15~25%가량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충분히 인상적인 수치지만, 1500km라는 숫자를 맹신하기는 이르다는 의미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측후면 (출처=제투어)
팰리세이드 대항마? 체급부터 따져보자‘3열 7인승’이라는 구성 때문에 국내 대형 SUV의 대표주자, 팰리세이드의 경쟁자로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크기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산하이 L7 플러스의 휠베이스, 즉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는 2820mm다. 이는 현대차 신형 싼타페(2815mm)와는 거의 같고, 팰리세이드(2900mm)보다는 80mm나 짧다. 3열이 있긴 하지만, 체급상으로는 팰리세이드가 아닌 싼타페나 쏘렌토와 경쟁하는 모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상부 (출처=제투어)
국산차에선 상상 못한 ‘호사 옵션’의 향연오히려 이 차의 진짜 무기는 국산 동급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의사양에 있다. 운전자를 향해 10도까지 기울일 수 있는 15.6인치 대형 중앙 디스플레이는 물론, 1열 좌석 사이 암레스트에는 음료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소형 냉장고까지 달았다. 버튼 한 번으로 차 안을 약 3미터 길이의 평평한 침대로 만드는 ‘차박 모드’는 캠핑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AI 음성 비서, 12개의 스피커 등 편의 장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제투어)
장밋빛 전망 속 넘어야 할 ‘현실의 벽’물론 이 차가 한국 땅을 밟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륜구동(AWD)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약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제투어’라는 낯선 브랜드와 불확실한 사후 서비스(A/S) 망이다. 차가 아무리 좋아도 고장 났을 때 ‘어디로 가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 모든 장점은 빛을 잃는다.
제투어 산하이 L7 플러스 실내 1열 (출처=제투어)
아직 국내 출시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그림의 떡’이지만, 산하이 L7 플러스의 등장은 분명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중국산 저가 공세’로 치부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위협적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서비스 망을 갖추고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우리가 알던 SUV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국산차 업계가 바짝 긴장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