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날개 단 기아 카니발, 美 미니밴 시장 뒤흔들다. 토요타 시에나와 정면승부, 남은 과제는 ‘메이드 인 USA’ 전환

‘국민 아빠차’ 기아 카니발이 하이브리드 심장을 달고 미국 시장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전기차의 숨 고르기 속 하이브리드 모델의 약진이라는 시장 변화에 정확히 올라탄 카니발은 25%에 달하는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국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제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춰 왕좌를 향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다.
기아 카니발 측면 (출처=기아)
아빠들의 마음을 훔친 ‘하이브리드’라는 신의 한 수놀라운 수치가 카니발의 인기를 증명한다. 2025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카니발은 총 33,152대가 팔리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 증가율이 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카니발이 홀로 실적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 카니발 측정면 (출처=기아)
이러한 돌풍의 핵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SUV의 강세에 밀려 주춤했던 미니밴 시장이 최근 상품성을 개선한 신차들을 중심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출시와 동시에 시장의 절대 강자 토요타 시에나가 독점하던 하이브리드 미니밴 세그먼트에서 단숨에 23%의 점유율을 꿰찼다.

왕좌의 주인, 토요타 시에나와 맞대결카니발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은 시장의 ‘왕’ 토요타 시에나와 직접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카니발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총 출력 242마력의 힘을 낸다. 반면 시에나는 2.5리터 자연흡기 엔진 기반으로 245마력을 발휘한다. 출력 수치는 비슷하지만, 카니발은 더 작은 배기량에 터보차저를 더해 더 강력한 순간 가속력과 토크를 확보한 것이 장점이다.
2025년형 시에나 (출처=토요타)
최대 관심사인 연비에서는 시에나가 근소한 우위를 보인다. 시에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복합연비 36MPG(약 15.3km/L)라는 검증된 효율을 자랑한다. 최근 공개된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이보다 소폭 낮은 34MPG(약 14.5km/L)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강력한 주행 성능과 압도적인 실내 공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치라는 평이다.

잘 팔아도 남는 게 없다? ‘관세 25%’의 족쇄하지만 이 ‘행복한 성공’ 뒤에는 뼈아픈 고민이 숨어있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카니발은 전량 한국 광명공장에서 생산돼 25%의 높은 관세를 물고 있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시에나(인디애나 생산)와 혼다 오디세이(앨라배마 생산)가 모두 미국 현지에서 만들어져 관세 부담이 없는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기아는 그동안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왔지만, 이는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아 카니발 실내 (출처=기아)
마지막 퍼즐, ‘메이드 인 USA’로 승부수 띄운다결국 기아는 칼을 빼 들었다.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미국 내 우선 공급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카니발의 미국 현지 생산 전환을 공식화했다. 현재 텔루라이드, 쏘렌토, EV9 등을 생산하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카니발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아 카니발 측면 (출처=기아)
관세라는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되면, 기아는 더욱 안정적인 가격 정책과 향상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카니발의 미국 현지 생산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북미 미니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기아의 가장 공격적인 승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