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랜드크루저, 호주서 1.3만대 팔리며 ‘세계 1위’… 현대차, 현지 맞춤 튜닝·다양한 라인업으로 추격 개시

‘사막의 왕’ 토요타 랜드크루저의 아성은 견고했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10만 대 넘게 팔리며 명성을 재확인했고, 특히 호주에서는 본고장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판매 시장으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지배력 아래, 조용하지만 끈질긴 도전자, 현대자동차가 서서히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정면 대결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와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왕좌를 향한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즈300 측정면 (출처=토요타)

넘을 수 없는 벽, ‘사막의 왕’ 랜드크루저

랜드크루저의 성공 비결은 ‘신뢰’입니다. 특히 광활하고 거친 아웃백 환경이 일상인 호주와 중동에서, 이 차의 압도적인 내구성과 오프로드 성능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존의 도구로 여겨집니다. 2024년 전체 판매량의 60%가 중동에서 나왔고, 호주에서만 1만 3,790대가 팔린 것이 그 증거입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즈300 측정면 (출처=토요타)
토요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26년형 모델에 457마력의 강력한 V6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하며 왕좌를 더욱 굳건히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대차의 반격, ‘정면승부’ 대신 ‘현지화’

이 거대한 산 앞에서 현대차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랜드크루저와 직접 맞붙기보다는, 호주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주 맞춤형 서스펜션 튜닝’입니다. 현대차는 호주 현지 기술 연구소를 통해, 국내외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차종의 서스펜션을 호주의 독특하고 거친 노면 환경에 맞춰 별도로 조율합니다. 이는 ‘우리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대 팰리세이드 XRT 프로 (출처=현대차)
또한, 팰리세이드나 싼타페 단일 모델의 판매량은 아직 랜드크루저에 미치지 못하지만, 투싼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전기차, 그리고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까지 가세한 ‘다층적 포트폴리오’로 시장 전체의 점유율을 잠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는 ‘그림의 떡’, 이유는?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랜드크루저의 출시를 염원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호주와 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없어서 못 파는 차’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1억 5천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 버전, 렉서스 LX가 유일한 대안인 상황입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즈300 실내 (출처=토요타)
랜드크루저라는 거대한 산은 여전히 높지만, 정교한 현지화 전략과 다층적인 포트폴리오로 무장한 현대차그룹의 꾸준한 공세가 호주 대륙의 자동차 지형도를 서서히 바꾸고 있습니다. 왕좌를 둘러싼 조용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