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해외 인기 폭발로 국내 공급난 심화… ‘전시차 쟁탈전’까지 벌어져
“딸 졸업선물로 계약했는데, 대학 졸업하고도 못 받겠네요.”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나긴 출고 대기를 풍자하는 한 소비자의 푸념이다. 일부 트림의 경우 지금 계약하면 22개월 뒤인 2027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시용으로 사용됐던 차라도 빨리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경쟁하는 ‘전시차 쟁탈전’까지 벌어지는 진풍경은, 이 차의 폭발적인 인기와 그 이면에 숨겨진 공급난의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수출 대박이 낳은 ‘내수 홀대론’
이 기나긴 기다림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캐스퍼 일렉트릭의 엄청난 해외 인기 때문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상당수가 내수가 아닌 수출용으로 배정되면서, 국내 공급에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측정면 (출처=현대차)
실제로 유럽 시장에 ‘인스터(INSTER)’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차는 올 상반기에만 1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3,902대)을 2.6배나 뛰어넘었다.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서조차 판매량이 146% 급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22개월의 기다림, 그만한 가치가 있나?
국내 소비자들이 2년 가까운 기다림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차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는 ‘체급을 뛰어넘는 상품성’이다. 2026년형으로 연식변경을 거치며 최상위 트림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경차급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대거 기본으로 탑재됐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둘째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가 2천만 원대 초중반까지 내려온다. 내연기관 소형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넓은 공간과 첨단 사양, 저렴한 유지비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캐스퍼 일렉트릭 (출처=현대차)
행복한 고민과 쓰린 현실 사이
캐스퍼 일렉트릭의 긴 출고 대기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시차라도 빨리 받고 싶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소량 풀리는 ‘기획전’ 차량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측면 (출처=현대차)
세계적인 인기는 K-자동차의 위상을 높이는 쾌거지만, 정작 안방에서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현실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가 폭발적인 해외 수요와 애타게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그 결정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