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해외 인기 폭발로 국내 공급난 심화… ‘전시차 쟁탈전’까지 벌어져
“딸 졸업선물로 계약했는데, 대학 졸업하고도 못 받겠네요.”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나긴 출고 대기를 풍자하는 한 소비자의 푸념이다. 일부 트림의 경우 지금 계약하면 22개월 뒤인 2027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시용으로 사용됐던 차라도 빨리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경쟁하는 ‘전시차 쟁탈전’까지 벌어지는 진풍경은, 이 차의 폭발적인 인기와 그 이면에 숨겨진 공급난의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수출 대박이 낳은 ‘내수 홀대론’
이 기나긴 기다림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캐스퍼 일렉트릭의 엄청난 해외 인기 때문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상당수가 내수가 아닌 수출용으로 배정되면서, 국내 공급에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22개월의 기다림, 그만한 가치가 있나?
국내 소비자들이 2년 가까운 기다림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차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는 ‘체급을 뛰어넘는 상품성’이다. 2026년형으로 연식변경을 거치며 최상위 트림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경차급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대거 기본으로 탑재됐다.행복한 고민과 쓰린 현실 사이
캐스퍼 일렉트릭의 긴 출고 대기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시차라도 빨리 받고 싶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소량 풀리는 ‘기획전’ 차량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