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거대한 전기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 EV가 단 한 번의 충전으로 1,705km를 주행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기존 루시드 에어가 세웠던 기록(1,205km)을 500km 이상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하지만 이 경이로운 숫자 뒤에는 ‘하이퍼마일링(Hypermiling)’이라는 극한의 효율 주행 기술이 숨어있다. 과연 이 기록은 현실과 얼마나 가까우며, GM은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행중인 쉐보레 실버라도 EV (출처=쉐보레)
1,705km, 신기록 뒤에 숨은 ‘하이퍼마일링’
먼저 분명히 할 것은 1,705km라는 수치가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GM의 엔지니어들은 신기록 달성을 위해 ‘하이퍼마일링’이라 불리는, 에너지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주행법을 사용했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측면 (출처=쉐보레)
주행 내내 평균 시속 32~40km의 매우 느린 속도를 유지했으며, 급가속과 급제동을 철저히 피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제거하고, 타이어 공기압은 허용치 최대로 채웠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적재함 덮개를 씌웠고,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과 같은 공조장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즉, 일상 주행과는 거리가 먼, 오직 기록만을 위한 통제된 주행이었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측정면 (출처=쉐보레)
거대한 배터리와 똑똑한 플랫폼의 힘
그렇다면 이 기록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는 실버라도 EV와 그 기반이 되는 GM의 ‘얼티엄 플랫폼’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준다. 실버라도 EV는 현존하는 전기 픽업트럭 중 가장 큰 약 200kWh의 초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 거대한 배터리 용량이 장거리 주행의 기본 바탕이 된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실내 (출처=쉐보레)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에너지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GM의 얼티엄 플랫폼은 정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에너지 흐름을 최적화하는데, 이번 도전은 이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한 것이다.
GM 부사장이 밝힌 ‘신기록, 그 이상의 의미’
GM은 이번 도전이 단순한 홍보 이벤트가 아닌,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실증 연구의 일환임을 강조한다. 특히 과거 테슬라에서 배터리 개발을 이끌었고 현재 GM의 배터리 부문을 총괄하는 커트 켈티(Kurt Kelty) 부사장은 이번 성과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측후면 (출처=쉐보레)
그는 “이번 성과는 배터리 화학, 구동 효율, 소프트웨어, 차량 설계가 깊이 통합된 결과”라며, “극한의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는 향후 모든 GM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확장하고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하는 데 직접 활용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도전이 차세대 얼티엄 플랫폼 개발과 전기차 전반의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임을 시사한다.
쉐보레 실버라도 EV 측면 (출처=쉐보레)
결론적으로, 1,705km라는 기록은 일반 운전자가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운전 습관과 환경 제어에 따라 전기차의 효율이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GM의 얼티엄 플랫폼이 얼마나 높은 효율 잠재력을 가졌는지를 명확히 증명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오늘 엔지니어들의 극한 도전이, 내일 우리 모두가 타게 될 더 멀리 가는 전기차의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