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급 중고가 실화? 감가율 0에 도전하는 미친 존재감

레이 EV 중고차 시세가 심상치 않다. 이 작은 전기차가 부모님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중고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출시된 지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웬만한 인기 세단 부럽지 않은 가치 방어력을 보여주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비싸지만 돈값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 차의 매력을 샅샅이 파헤쳐 봤다.
레이 EV 상부 (출처=기아)

네모의 꿈, 좁은 골목길과 꽉 막힌 도심의 해결사

기아 레이 EV는 태생부터 도심 속 라이프에 최적화된 차다. 2023년 9월, 새로운 심장을 달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 녀석은 경차 특유의 아담한 사이즈로 복잡한 도심과 좁은 주차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경차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높은 전고와 박스형 디자인 덕분에 어지간한 소형 SUV보다 쾌적한 실내를 자랑한다.
레이 EV 측정면 (출처=기아)
특히 슬라이딩 도어는 ‘신의 한 수’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좁은 주차장에서 옆 차를 ‘문콕’할 걱정 없이 편안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사회초년생의 첫 차로도, 부모님의 장보기용 세컨드카로도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지는 찾기 힘들다. 지난해에만 1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새 차 같은 중고차? 웬만한 세단 안 부러운 ‘방어율’의 비밀

레이 EV의 진짜 저력은 중고차 시장에서 드러난다. 현대차의 중고차 정보 포털 ‘하이랩’ 데이터에 따르면, 3만 km대를 주행한 무사고 차량이 평균 1,842만 원에서 2,263만 원 사이에 거래된다. 서울시 기준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 실제 구매한 가격이 약 2,332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감가상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레이 EV 측정면 (출처=기아)
주행거리가 1만 km 미만인 신차급 매물은 2,000만 원을 훌쩍 넘어 최고 2,543만 원에 팔리기도 한다. 신차 출고 대기 없이 바로 차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웃돈을 주고 사야 할 판이다. 이렇게 가치가 유지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번 맛본 오너들이 만족감을 느끼며 좀처럼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은 적고 찾는 사람은 많으니, 시세가 떨어질 틈이 없는 것이다.

알고 보니 ‘X세대’ 취향 저격, 40대가 이 차에 꽂힌 진짜 이유

흥미로운 점은 레이 EV의 주인이 대부분 40대라는 사실이다. 중고 거래의 절반 가까이를 40대 남성과 여성이 차지했다. 특히 40대 남성의 구매 비율은 33.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왜 하필 40대일까?
레이 EV 측후면 (출처=기아)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세대다. 자녀 등하교, 마트 장보기, 짧은 출퇴근 등 근거리 이동이 잦은 이들의 생활 패턴에 레이 EV의 205km 남짓한 주행거리는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 유류비 대신 저렴한 전기 충전비로 유지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여기에 넓은 공간과 편리한 슬라이딩 도어는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레이 EV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40대 가장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스마트한 해답을 제시하며 ‘국민 세컨드카’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