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운전대와 페달 없는 자율주행 실험차 ‘젠 어반1’ 도로 테스트 돌입
테슬라 FSD 뛰어넘는 레벨4 목표…2026년 로보택시 상용화까지 넘본다

비전 메타 투리스모 / 사진=기아자동차
비전 메타 투리스모 / 사진=기아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거인 폭스바겐이 운전대와 페달이 완전히 제거된 자율주행 실험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험 주행하며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향한 야심을 드러냈다.

테슬라가 주도하던 시장에 폭스바겐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최근 공개된 이 실험차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내에서 약 20분간 일반 차량과 뒤섞여 주행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놀라운 점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앉은 안전 요원이 비상 상황 시 조이스틱으로만 차량을 제어한다는 사실이다.

운전석이 텅 비었다 젠 어반1의 정체





폭스바겐 젠어반1 /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 젠어반1 /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그룹이 공개한 자율주행 실험차 ‘젠 어반1(Gen.Urban1)’은 기존 자동차의 상식을 파괴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유선형 외관에 지붕 모서리에는 각종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실내 운전석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핸들이 보이지 않는다. 페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기술 과시용 콘셉트카를 넘어, 실제 도로 주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실험이 단순한 기술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운전으로부터 해방된 승객이 차량 내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가 디지털 시스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발 전 승객은 실내 조명과 온도를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AI)이 개인 맞춤형으로 전면 스크린 정보와 음향 효과까지 조절한다.

테슬라는 레벨2 폭스바겐은 레벨4



조수석에 있는 조이스틱 / 사진=폭스바겐
조수석에 있는 조이스틱 / 사진=폭스바겐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0~5단계로 나뉜다. ‘완전 자율주행(FSD)’이라는 이름으로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운전자의 상시 개입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레벨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등 여전히 운전의 주체는 사람이다.

반면 폭스바겐의 ‘젠 어반1’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레벨4’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는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으로, 사실상 시스템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계다.

이러한 시도는 폭스바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아 역시 콘셉트카 ‘비전 메타 투리스모’를 통해 조작 장치를 모두 없앤 미래 비전을 제시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도 레벨4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아이코닉’을 선보이며 미래차 경쟁에 불을 지폈다.

2026년 로보택시 상용화 목표



젠어반1 주행 모습 / 사진=폭스바겐
젠어반1 주행 모습 /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의 구체적인 청사진도 공개됐다.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모이아(MOIA)’를 통해 ID.버즈 전기 미니밴 기반의 레벨4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며,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상업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도 동시에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2025년 말까지 시험 운행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도로 인프라 개선과 법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폭스바겐의 실험은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승객 경험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시장은 2035년까지 약 1조 2000억 달러(약 160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젠어반1 주행 모습 / 사진=폭스바겐
젠어반1 주행 모습 / 사진=폭스바겐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