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먹혔는데… ‘그들만의 리그’ 일본 시장의 3가지 철옹성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집어삼킨 거인이 유독 한 나라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중국의 BYD.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선 파죽지세지만, ‘자동차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1년 반 동안 고작 5,300여 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보조금을 포함하면 최대 50%에 달하는 ‘눈물의 할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세계 1위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일본 시장의 비밀은 무엇일까.‘외산차의 무덤’…넘지 못한 3개의 벽
BYD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본 시장은 과거 GM과 현대차마저 두 손 들고 철수했을 정도로 ‘외산차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그 중심에는 세 가지 견고한 벽이 버티고 있다.둘째, ‘하이브리드 천국’이라는 시장 특성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사랑받는 나라다. 소비자들은 아직 충전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은 전기차의 불편함보다는, 오랜 기간 검증된 하이브리드차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의 비중이 2% 남짓에 불과할 정도다.
같은 아시아, 다른 반응…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BYD가 성공적으로 안착 중인 한국 시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 시장은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가성비’와 ‘신기술’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뚜렷하다. 덕분에 BYD의 고성능 전기차들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파고들 수 있었다.눈물의 할인, 끝이 아니다…비장의 무기는 ‘경차’
물론 BYD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최근 아토 3(Atto 3)와 돌핀(Dolphin) 등 주력 모델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잦은 가격 인하가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세계 1위의 자존심을 건 BYD의 일본 도전기. 과연 가격 할인이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일본 시장의 심장을 꿰뚫을 한 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