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비 규제 완화에 미국 빅3 ‘환호’, 대형 내연기관차 올인 선언
“단기 수익에 미래 포기” 전문가 경고...기아는 연비 개선하며 ‘질주’

미국 픽업트럭 / 사진=포드


미국 자동차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가 단기적인 수익에 취해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당장 수익성이 높은 대형 내연기관차 생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기차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국 등에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연비 규제 완화에 환호한 미국 빅3



현대차 본사 / 사진=현대자동차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되었던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GM, 포드, 스텔란티스의 경영진이 참석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로 향후 5년간 소비자 부담이 약 1090억 달러(약 150조 원)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등 외신은 유류비 증가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혜택은 240억 달러에 불과하며, 가구당 연간 약 36달러(약 5만 원) 절감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차 올인 전략과 한국차의 엇갈린 행보



규제 완화에 힘입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 중심의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은 2020년 4만 달러 수준에서 최근 5만 달러를 넘어섰다. 포드의 경우, 5만 달러 이상 차량이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매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F-시리즈 픽업트럭은 포드 전체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이는 핵심 차종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연비 성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와 포드의 평균 연비는 2020년 이후 오히려 나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기아는 평균 연비를 11.9km/ℓ에서 13.6km/ℓ로 개선하며 주요 업체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9년 9월 24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에 위치한 GM 조립공장에서 새로 출고된 트럭들이 주차장에 늘어서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중국 덤핑장 되나 전문가들의 강력한 경고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근시안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환경운동가는 “대형 내연기관차 생산에만 집중하는 것은 결국 자멸로 가는 길”이라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혁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오염 차량의 ‘덤핑장’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의 한 연구원 역시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업체들의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실제로 배터리 가격 하락과 기술 효율 개선에 따라, 대부분의 차급에서 2028~2029년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기 수익에 안주하다가 미래 성장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도널드 트럼프/사진=온라인커뮤니티


블룸버그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