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남는 게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덮친 관세 폭탄과 전기차 쇼크
수익성 악화에 구조조정·M&A 가능성 대두, 하이브리드가 유일한 ‘탈출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차량 판매량이 늘면 수익도 동반 상승하던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관세와 공급망 비용,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전기차 전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단순히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 40조 증발 위기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재현될 경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영업이익이 약 300억 달러(약 42조 원)나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협정(USMCA) 갱신을 앞두고 추가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업체들은 생산 거점 재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폭스바겐과 GM은 미국 내 공장 확장을 통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14개 산하 브랜드를 각 지역 특성에 맞춰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주춤하는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래 먹거리로 여겨졌던 전기차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각국 정부의 보조금은 축소되고 있다. 완화된 배출가스 규제 역시 전기차 전환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자 아우디는 전기차 전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애스턴마틴은 첫 전기차 공개 시점을 연기했다. 혼다 역시 오하이오 공장에서 전기차를 개발, 생산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하이브리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고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2026년까지 자동차 산업의 핵심 수익원, 즉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 도요타, 혼다 등 강력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기업들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생존 위한 구조조정과 M&A 가능성
반면,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가 취약하고 내연기관이나 트럭 판매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전문가는 “스텔란티스처럼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구조적인 비용 압박과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극심한 마진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일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심지어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판매량 경쟁을 넘어, 누가 더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지를 겨루는 ‘생존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