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월 바이백 시한 만료, 재매입 사실상 무산 위기
빈집 털이 성공한 중국차, 러시아 시장 60% 장악 충격
단돈 14만 원에 넘겼던 공장을 되찾기 위해 무려 1조 원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시장 철수 당시 마련했던 ‘안전장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생겼습니다. 오는 1월 바이백(재매입)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와 시장 판도 변화로 복귀의 문이 굳게 닫히고 있습니다.
돌아갈 다리가 끊어졌다
현대차는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인 아트파이낸스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매각 대금은 고작 1만 루블, 우리 돈으로 약 14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수천억 원의 가치를 지닌 생산 시설을 점심 한 끼 값에 넘긴 셈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2년 내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이 걸려 있었습니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다시 시장을 호령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현대차의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에서는 현재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장 재매입은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국제 정세 불안이 여전한 데다 대러시아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경영진이 복귀 버튼을 누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차의 무서운 점령
현대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완전히 딴판이 되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21년 8%에 불과했던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올해 60%를 돌파했습니다. 체리, 지리, 하발 등 중국 업체들이 현대차와 기아가 떠난 자리를 꿰차고 안방마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현대차·기아는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1위를 달렸던 ‘국민차’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5000여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순위는 8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미 중국차들이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 인식을 장악한 상태에서 뒤늦게 복귀해봤자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관론이 나옵니다.
14만원과 1조원의 간극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입니다. 매각 당시에는 장부가치 2873억 원의 공장을 상징적인 금액에 넘겼지만, 되사올 때는 ‘시장 가격’을 쳐줘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4만 원에 판 물건을 1조 원 주고 다시 사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의 몽니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의회는 외국 기업의 바이백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외국 기업의 복귀를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습니다. 이미 일본의 마쓰다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바이백을 포기하고 러시아를 완전히 떠난 상태입니다.
결국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재매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현대차 측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손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