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까지 직접 나선 현대차그룹의 특별한 기증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눈과 발이 될 첨단 모빌리티 기술이 베일을 벗었다
추운 겨울,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안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고위험 화재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될 무인소방로봇을 전격 공개하고 소방청에 기증했다. 이 로봇은 단순한 장비를 넘어, **고열 환경 극복**, **원격 정밀 제어**, **험지 주행 능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을 통해 소방관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기술이 800도에 달하는 불길 속에서도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할까.
경기도 남양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기증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해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무인소방로봇 4대는 향후 소방관의 접근이 어려운 재난 현장 최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800도 고열도 견디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
이번에 기증된 무인소방로봇의 기반은 현대로템이 독자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다. 여기에 화재 진압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한의 온도를 견디는 능력이다. 로봇은 자체 분무 시스템을 통해 차체 주변에 미세 물 입자로 수막을 형성, 섭씨 500도에서 800도에 이르는 고열 환경에서도 장비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한다. 덕분에 발화 지점 바로 앞에서 근접 진압 작전이 가능하다.
또한 짙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현장을 위해 적외선 센서 기반의 특수 카메라도 장착했다. 이를 통해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소방관은 연기 너머의 발화 지점이나 구조 대상자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다. 6륜 독립구동 인휠모터 시스템과 특수 타이어는 화재 현장의 각종 잔해와 장애물을 넘어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한다.
소방관 접근 불가 지역, 이제 로봇이 먼저
무인소방로봇의 주된 임무는 소방관의 진입이 어려운 위험 구역에서의 초동 대응이다. 대형 물류창고 화재나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내부, 유해 화학물질 누출 현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산소가 부족한 지하 공간 화재의 경우, 내연기관 장비와 달리 전동화 기반인 이 로봇은 성능 저하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이미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2대가 배치되어 실전 운용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2대 역시 경기 남부와 충남 지역에 추가 배치되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단순 기증을 넘어선 꾸준한 동행
현대차그룹의 소방관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격렬한 현장 활동 후 휴식을 돕는 ‘소방관 회복지원차’ 10대를 전국 소방본부에 전달했으며, 올해 초에는 급증하는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 장비 250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오는 6월 개원하는 국립소방병원에도 재활 치료용 차량과 장비를 기증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은 기증식에서 “무인소방로봇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며 “앞으로도 소방관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람을 향한 기술이라는 현대차그룹의 철학이 소방관들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