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에 급브레이크 건 진짜 이유
기술 문제가 아닌 사고 책임과 제도적 한계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인 3월, 많은 운전자가 신차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된다’는 말로 기대를 모았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장밋빛 전망이 무색하게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레벨3 자율주행 도입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사고 책임, 막대한 비용, 그리고 제도적 공백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과연 이들이 마주한 보이지 않는 벽은 무엇일까.
잇따라 계획 철회, 레벨3 향한 속도 조절
자율주행차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듯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업체들은 레벨3 기술 도입 계획을 밝혔음에도 실제 출시는 주저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미국에서 관련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마저 최근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텔란티스는 한발 더 나아가 레벨3 개발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기존 레벨2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첨단 기술 경쟁의 상징과도 같았던 레벨3 자율주행을 두고 글로벌 강자들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로 돌아선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레벨2와 레벨3, 건널 수 없는 강
레벨3 자율주행이 이처럼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운전 제어권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 소재에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르면, 레벨2는 운전자가 항시 전방을 주시하며 시스템을 통제해야 하는 ‘부분 자동화’ 단계다.
반면 레벨3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모든 주행을 책임지는 ‘조건부 자동화’에 해당한다.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할 의무에서 벗어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기는 ‘순간’에 발생한다. 다른 일에 집중하던 운전자가 돌발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딜레마다.
사고 나면 누구 탓 수조 원의 딜레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요인이다. 레벨3 작동 중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이 운전자의 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시스템 결함 때문인지 가려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제조사뿐 아니라 보험사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막대한 개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고속도로 주행용 레벨3 시스템 개발에만 최대 2조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시장 반응과 책임 문제까지 떠안으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기엔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기술은 충분, 문제는 법과 제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연 상황이 기술력 부족보다는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미 기술 자체는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배분할 사회적, 법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 데이터 기록 장치를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데이터를 공정하게 분석할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회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레벨3 자율주행차의 도로 위 데뷔를 늦추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