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 자동차 사업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 하이브리드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혼다 공장 생산라인 / 혼다


한때 수입차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일본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사업 철수설은 그 단적인 예다. 단순히 한 브랜드의 부진을 넘어, 일본차 전반이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시장 점유율, 전동화 전략, 상품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짚어본다. 어쩌다 ‘가성비 수입차’의 대명사가 외면받게 된 것일까.

과거의 영광 뒤로한 점유율 급락



숫자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2008년 35.5%에 달했던 일본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25년 7.5%까지 곤두박질쳤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가 컸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파일럿 / 혼다


그 사이 독일 브랜드는 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렸고, 미국 브랜드도 20%를 넘기며 입지를 다졌다. 심지어 BYD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까지 등장하며 일본차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스바루, 미쓰비시, 닛산이 차례로 철수한 데 이어 혼다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동화 흐름 놓친 하이브리드 편중 전략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급격히 전환된 점이 결정타였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특히 수입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국산차를 압도했다. 테슬라를 필두로 독일 브랜드들이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어코드 / 혼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의 대응은 더뎠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모두 국내 판매 모델 중 순수 전기차(BEV)는 전무한 실정이다. ‘하이브리드 명가’라는 타이틀에 안주하는 동안, 전동화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된 셈이다.

소비자 눈높이 못 맞춘 디지털 사양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IT 기기’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일본차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혼다의 주력 모델인 CR-V와 어코드의 상품성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혼다 CI / 혼다


최신 CR-V는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어코드는 12.3인치로 커졌지만 여전히 내장 내비게이션은 없다. 반면 경쟁자인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는 10인치를 훌쩍 넘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T맵 같은 국내 특화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소비자들의 최종 선택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혼다의 부진은 일본차 브랜드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국내 시장에 남은 토요타와 렉서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과거의 명성과 하이브리드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전기차 라인업의 부재,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편의 사양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독일, 미국, 스웨덴,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한 치열한 다층 경쟁 구도 속에서 일본차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CR-V / 혼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