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앞세워 분기 매출 80조 첫 돌파
그러나 미국에서 터진 ‘보이지 않는 비용’이 수익성 깎아 먹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분기 합산 매출 82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외형적으로는 분명한 성공이지만, 내부에서는 웃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급증한 매출 뒤에 가려진 영업이익 감소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고가 SUV 판매 호조라는 긍정적 신호와 맞물려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핵심은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두 가지 사건에 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왜 줄었나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합산 매출은 82조 2,523억 원으로, 분기 기준 8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와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급증한 덕분이다.
특히 기아는 2분기에만 매출 33조 370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량이 29만 6천 대로 전년 대비 60%나 늘었고, 평균판매가격(ASP)도 4,110만 원으로 7.9% 상승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 이면의 질적 성장은 따라오지 못했다.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 6,285억 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4.9% 감소했다. 차는 더 많이, 더 비싸게 팔았지만 정작 손에 쥐는 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미국 시장의 두 가지 그림자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시장의 판매 인센티브 증가다. 인센티브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할인, 저금리 할부나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모두 포함한다.
테슬라와 중국계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하자, 현대차와 기아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규모를 키웠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할인이지만, 기업에겐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기아 경영진은 당분간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형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인센티브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수익성 갉아먹은 3.3조원 관세 폭탄
미국 정부에 내는 관세 또한 수익성을 크게 끌어내린 주범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 부담한 관세 비용은 약 3조 3천억 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한국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수입차에 붙는 관세가 그대로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가동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한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 생산 체제를 구축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지 생산이 늘면 관세 부담은 물론 물류비와 공급 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은 기록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관세와 할인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수익성 후퇴를 겪었다. 향후 실적 회복의 열쇠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상품 경쟁력 강화에 달려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