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돼 주행거리 13만km 매물 등장, 전기차 중고 시세 논란 재점화
기아의 야심작,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의 중고차 시장 가격이 심상치 않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신차 가격 대비 2000만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등장하며 오너들 사이에서 허탈감이 번지고 있다.
이번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특정 매물의 과도한 주행거리와 전기차 특유의 배터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십 모델의 가치가 흔들리는 현상은 단순히 한두 대의 문제를 넘어, 전기차 중고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됐다.
플래그십 이름값 무색해진 실제 가격
논란의 중심에 선 매물은 충격적인 이력을 가졌다. 세제 혜택 후 신차 가격이 6642만원에 달했던 EV9이 중고 시장에 4590만원으로 등록된 것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치가 31%, 금액으로는 2052만원이나 증발했다.
물론 해당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가 12만9679km에 달하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EV9 중고 매물의 중앙값 역시 6020만원 수준으로, 신차 가격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주행거리와 배터리가 만든 가격 격차
EV9의 가격 방어가 유독 힘든 배경에는 트림과 배터리 문제가 자리한다. EV9은 76.1kWh 배터리의 스탠다드 트림과 99.8kWh의 롱레인지 트림 간 상품성 차이가 분명하다. 여기에 구동 방식과 휠 크기까지 더해지면 중고차 가치 산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정적으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성능에 대한 우려가 가격을 끌어내렸다. 만약 10만 km를 훌쩍 넘긴 전기 중고차를 구매한다면, 누구라도 배터리 잔존 수명부터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소비자가 배터리 상태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주행 매물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전기차 감가, 통념이 현실이 되다
업계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이번 사례가 과도한 주행거리를 기록한 특정 매물의 문제일 뿐, EV9 전체의 가치 하락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상적인 주행거리를 가진 매물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차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배터리 성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고차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000만원대 플래그십 SUV가 1년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