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코 P300을 바탕으로 한 미드십 쿠페의 변신
제네바 모터쇼 데뷔와 베르토네의 디자인



지붕을 열어 바람을 맞는 슈퍼카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람보르기니가 양산차에 오픈톱 방식을 처음 적용했을 때는 좌석 구성부터 차체 비례까지 손봐야 했다.
1976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실루엣이 그 결과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이 차는 기존 쿠페의 지붕만 걷어낸 모델과는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출발점은 2+2 시트 구조의 미드십 쿠페 우라코 P300이었다. 실루엣은 좁은 뒷좌석을 없애고, 지붕을 분리할 수 있는 타르가 방식의 하드톱을 적용했다.
좌석을 줄인 자리에 열린 공간이 들어섰지만, 변화는 실내에 그치지 않았다. 베르토네가 다듬은 차체와 엔진 배치가 오픈톱 모델의 성격을 함께 결정했다.

우라코 P300에서 달라진 차체 비례





실루엣의 옆모습은 우라코 P300보다 각진 인상을 띤다. 베르토네는 둥근 차체 선을 손보고 휠아치를 넓고 각지게 다듬어 차체의 존재감을 키웠다.
운전석 바로 뒤에는 수직으로 세운 뒷유리와 공기 흡입구가 자리 잡았다. 지붕 패널을 떼어낼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도 뒤쪽 차체의 형태를 새로 정리한 것이다.

이 차의 엔진은 운전자 등 뒤, 차체 중앙에 가로로 놓인 V8이다. 지붕을 열면 엔진 소리와 주행 중 바람이 실내로 직접 들어오는 구조다.
닫힌 지붕 아래에서 달릴 때와는 다른 감각을 겨냥했지만, 실루엣의 핵심은 단순히 개방감을 더하는 데 있지 않았다. 2+2 쿠페를 2인승으로 바꾸고 차체 외관까지 조정한 결과가 한데 묶였다.

탈착식 하드톱과 V8 미드십의 조합





탈착식 하드톱은 필요에 따라 지붕을 덮거나 열 수 있는 구성이다. 패널을 분리해 보관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고정식 쿠페와는 다른 주행 환경을 선택할 수 있었다.
차를 보관하거나 장거리 운행에 나설 때는 지붕 패널의 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실루엣은 개방감과 함께 이런 사용상의 조건까지 감수하는 차였다.

실루엣은 당대에 많은 대수가 생산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람보르기니가 양산 미드십 스포츠카에서 오픈톱을 구현한 첫 모델로 기록됐다.
이후 오픈톱 슈퍼카의 흐름을 돌아볼 때 실루엣은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좁은 뒷좌석과 지붕을 덜어낸 선택은 차의 비율과 주행 경험을 함께 바꿨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모델을 설명하는 특징이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