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도로 위 ‘하얀 가루’… 눈길 달린 운전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치명적 위험

“겉만 닦으면 끝?”… 정비 전문가들이 겨울철 차량 관리 1순위로 꼽는 ‘이곳’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도로 위에 뿌려지는 제설염은 운전자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하지만 그 안도감 뒤에는 치명적인 대가가 숨어 있다. 눈길을 시원하게 달린 뒤 ‘하부 세차’라는 단돈 1만 원 내외의 절차를 무시한다면, 머지않아 수백만 원짜리 수리비 ‘폭탄’을 맞닥뜨릴 수 있다.

정비업계는 이를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겨울철 차량 손상”이라고 경고한다.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 하부 부식의 실체

겨울철 도로는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제설제로 뒤덮인다. 이 화학물질들은 눈과 얼음을 녹이는 데 탁월하지만, 금속을 부식시키는 데는 더욱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문제는 이 염분과 모래, 진흙, 잔눈이 뒤섞여 차량 하부에 끈끈하게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이 오염물은 차체 하단에 마치 거머리처럼 붙어 쇠붙이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특히 운전자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 곳에서 부식은 조용히, 그리고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가장 치명적인 부위는 차량의 ‘생명선’과 직결된 곳들이다. 가장 먼저 손상되는 배기 파이프(머플러)는 쉽게 구멍이 나 소음과 배기가스 누출을 유발한다. 더 심각한 것은 브레이크 라인이다. 이 가느다란 파이프가 녹슬어 브레이크액이 새기 시작하면, 주행 중 제동력을 잃는 끔찍한 사고로 직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료관 부식은 화재 위험을 높이고, 서스펜션이나 차체 프레임에 녹이 스며들면 주행 안정성은 물론 차량 전체의 구조적 강도를 약화시킨다. 정비사들은 “봄철 정비를 하러 온 차량 리프트를 띄워보면, 하부가 이미 ‘너덜너덜’해진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입을 모은다.
겨울철 염화칼슘이 깔린 도로

“겉만 닦았다간…” 겨울 세차의 치명적 오해

대부분의 운전자는 겨울에도 외관 세차는 열심히 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하부 세차까지 꼼꼼히 챙기는 운전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 밑은 보이지 않고, 세차장에서도 ‘옵션’으로 따로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하지만 정비사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외관은 더러워도 차는 굴러갑니다. 하지만 하부가 녹으면 차가 멈춰 섭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언더바디(underbody) 전용 고압 노즐 장비가 갖춰진 전문 세차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눈이나 제설염을 밟았다면, 염분이 금속에 고착되기 전인 48시간 이내, 즉 ‘골든타임’ 안에 하부 세차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겨울철 추천 빈도는 최소 2주에 1회이며, 눈이 잦은 지역이라면 주 1회가 정석이다. 다만, 영하의 날씨에는 세차 직후 브레이크 패드나 도어 고무 몰딩이 얼어붙을 수 있으므로,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낮 시간대나 실내 세차장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철 하부세차

겨울 끝났다고 방심? “봄철이 더 위험하다”

많은 운전자가 겨울만 지나면 부식 위험도 사라진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실 부식은 봄철 해빙기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 겨울 내내 하부에 고착되어 있던 염분이 따뜻한 기온과 습기를 만나 ‘최적의 부식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야말로 차량 하부를 집중적으로 세척하고, 리프트에 올려 정밀 점검을 받아야 할 때다.

업계 전문가는 “겨울철 하부 세차는 사고가 터진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보험’”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브레이크 라인이나 연료관 교체 비용은 수십만 원을 훌쩍 넘지만, 하부 세차 비용은 몇천 원에 불과하다.
하부는 보이지 않지만, 그곳이 바로 차의 생명선입이다. 다가오는 겨울, 눈길을 한 번 달렸다면 반드시 차 밑을 확인하는 습관이 당신의 안전과 차량의 수명을 결정할 것이다.

정태영 기자 tae0@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