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 공식 진출 선언
KCC모빌리티 등 4개 딜러사와 손잡고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예고했다. 단순한 ‘중국산 전기차’가 아닌, 볼보와 폴스타의 기술력을 공유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에서 현대차, 기아는 물론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지커는 최근 중국 항저우 ‘지커 타워’에서 국내 공식 파트너사들과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파트너사로는 KCC모빌리티, 에이치모빌리티ZK, 아이언EV, ZK모빌리티 등 총 4곳이 선정됐다. 이들 파트너사의 모기업들은 오랜 기간 벤츠,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유수의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해 온 경험을 갖추고 있어, 지커의 프리미엄 시장 안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볼보 폴스타와 한솥밥 먹는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단순히 중국 브랜드라는 꼬리표로 평가절하하기 어려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바로 볼보, 폴스타, 로터스 등을 산하에 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순수 전기차 전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볼보, 폴스타와 공유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개발돼 주행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국내 딜러사 관계자들은 닝보에 위치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직접 방문해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립하는 첨단 생산 공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행보로 풀이된다.
파나메라 닮은 001과 도심형 SUV X 누가 먼저
현재 국내 시장에 어떤 모델이 먼저 출시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중형 전기 SUV ‘지커 X’와 슈팅브레이크 모델인 ‘지커 001’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인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진 지커 X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컴팩트한 차체를 바탕으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지커 001은 포르쉐 파나메라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00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600km 이상(중국 CLTC 기준) 주행이 가능하며, 듀얼 모터 모델은 제로백(0-100km/h)이 3.8초에 불과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가장 까다로운 한국 시장 성공 가능성은
지커의 천 위 부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기준이 높은 시장 중 하나”라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프리미엄 딜러망을 통해 판매 및 A/S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중국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중국산’이라는 편견과 더불어 이미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테슬라 모델 Y 등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벽은 높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 경쟁력과 함께 한국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품질,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