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위에 군림하는 일본의 진짜 자존심, 7년 만에 돌아왔다
제네시스 G90도 한 수 접는다는 ‘회장님 차’의 정체는?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에쿠스 후속이 이렇게 나왔어야지”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이자 정점으로 불리는 토요타의 ‘센추리’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보다도 상위에 존재하는 ‘울트라 럭셔리’ 라인업의 핵심 모델로,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본의 장인정신과 권위를 상징한다.
1967년 처음 등장해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이어온 센추리는 최근 SUV, 쿠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그 중심에는 정통 세단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출시된 현행 3세대(G60) 모델이 7년 만에 첫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변화는 최소화 품격은 극대화
이번 센추리의 변화는 ‘최소한의 변화로 최대의 효과를’이라는 일본 특유의 철학을 담고 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의 웅장하고 위엄 있는 형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5,335mm에 달하는 압도적인 전장은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모델(5,465mm)보다는 짧지만, 특유의 각진 디자인과 두터운 C필러는 숫자를 무색하게 할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변화의 핵심은 내면에 있다. 토요타의 최신 ‘세이프티 센스’ 패키지가 새롭게 탑재되며 안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은 감지 범위를 차량과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오토바이까지 넓혔고, 복잡한 교차로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개입한다. 또한 ‘프로액티브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은 보행자나 자전거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대비해 제동과 조향을 선제적으로 보조하며, 럭셔리 세단의 품격을 안전 기술로 증명했다.
보수적 실내 V8 하이브리드 고수
실내 변화 역시 최소화됐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대형 디스플레이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과 달리, 신형 센추리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8인치에 머물렀다. 이는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닌, 센추리만의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도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시끄러운 첨단 기술 과시보다는 탑승객의 편안함과 안정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의 5.0리터 자연흡기 V8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다. 렉서스 LS600h를 통해 검증된 이 시스템은 전기모터와 결합해 총 425마력의 넉넉한 출력을 발휘하며, eCVT 변속기와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능동 소음제어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정숙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완성한다.
2억 원이 넘지만 여전히 저렴하다
안전 사양 강화 등으로 가격은 기존보다 292만 엔(약 2,700만 원) 오른 2,300만 엔(약 2억 1,700만 원)부터 시작한다. 2억 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이지만, 앞서 출시된 SUV형 센추리(2,500만 엔)보다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다.
한편,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G90을 필두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렉서스를 위협하고 있지만, 센추리와 같은 ‘울트라 럭셔리’급 모델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과거 국산 플래그십의 정점이었던 ‘에쿠스’ 브랜드를 부활시켜 센추리에 대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까지 관련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