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재규어 타입 00 콘셉트’ 후폭풍, 디자인 총책임자 제리 맥거번 전격 해임설
랜드로버는 살렸지만 재규어는... 브랜드의 엇갈린 운명, 향후 미래에 쏠리는 이목

제리 맥거번 - 출처 : 랜드로버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제리 맥거번이 전격 해임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인도 유력 매체 오토카 인디아는 그가 직무에서 즉시 배제됐으며, 영국 게이던에 위치한 디자인 센터에서 동행 하에 퇴출당했다고 전했다.

JLR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최근 공개된 재규어의 ‘타입 00 콘셉트’를 지목하고 있다. 이 콘셉트카는 재규어의 차세대 고급 전기차 라인업의 시작을 알리는 야심작이었으나, 공개 직후 파격적인 디자인이 브랜드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타타그룹 경영진 교체와 맞물린 개혁 신호탄



타입 00 콘셉트 - 출처 : 재규어


맥거번의 해임설은 JLR의 모기업인 타타그룹의 경영진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임 CEO 애드리언 마델이 개인 사유로 물러나고 PB 발라지가 새롭게 CEO로 취임하면서, 조직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재편과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맥거번은 오랫동안 타타그룹의 창업주인 라탄 타타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랜드로버는 물론 재규어, 디펜더, 디스커버리 등 JLR 전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을 이끌어 온 핵심 인물이다. 하지만 재규어 브랜드의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과감한 인사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펜더 부활의 주역 그의 엇갈린 명암



제리 맥거번은 현대적인 랜드로버 디자인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포드에서 링컨, 머큐리 브랜드 등을 거쳐 2004년 랜드로버로 복귀한 그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디펜더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했으며, 레인지로버(L322)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벨라, 디스커버리4 등 브랜드의 핵심 모델들을 현대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2010년대 재규어 디자인의 부흥을 이끈 이안 칼럼과 함께 JLR의 전성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그의 퇴진은 한 시대의 종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타입 00 콘셉트 - 출처 : 재규어


깊어지는 재규어의 위기



JLR은 최근 실적에서 브랜드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디펜더를 앞세운 랜드로버는 6% 성장하며 그룹 전체를 견인하고 있지만, 재규어는 판매량이 30% 가까이 급감하며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 간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새 경영진은 재규어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고, 향후 전동화 전략과 고급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축해야 하는 복합적인 난제에 직면했다. 맥거번의 퇴진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과연 재규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타입 00 콘셉트 - 출처 : 재규어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