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중국차는 옛말… 볼보·폴스타와 같은 플랫폼 쓰는 ‘지커 7X’의 등장
내년 1분기 서울 전시장 오픈, 현대차·기아 초긴장…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격변 예고

7X 실내 / 지커


중국 자동차를 향한 ‘싸구려’라는 꼬리표를 뗄 때가 왔다. 볼보와 폴스타를 품은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마침내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거 가성비를 앞세운 BYD와는 차원이 다르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버금가는 완성도와 고급감을 무기로 내세운 만큼,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메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격적인 한국 상륙 작전 내년 서울서 만난다



7X 실내 / 지커


지커는 지난 2일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국내 딜러사 4곳과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지커의 한국 파트너로 선정된 곳은 에이치모빌리티ZK, 아이언EV, KCC모빌리티, ZK모빌리티다. 이들은 모두 아우디, 벤츠, 볼보 등 유수의 수입차 브랜드를 유통해온 베테랑으로, 지커의 프리미엄 전략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지커는 이미 지난 2월 한국 법인 설립을 마쳤고, 아우디코리아 사장을 역임한 임현기 대표를 선임하며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내년 1분기부터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열고 본격적인 고객 맞이에 나설 계획이다.

첫 주자는 싼타페 쏘렌토 정조준 7X



지커가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일 무기는 중형 전기 SUV ‘7X’가 유력하다. 이 모델은 이름에서부터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 국산 대표 패밀리 SUV를 직접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운 내장재, 그리고 강력한 성능의 배터리 시스템은 국내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7X는 지커의 모그룹인 지리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볼보 EX30, 폴스타 4 등 이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모델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유럽차 수준의 견고한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갖춘 중국차라는 점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7X / 지커


프리미엄 전기차 전쟁의 서막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국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고, 미국과 유럽은 높은 관세 장벽을 쌓아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매력적인 테스트베드이자 새로운 시장이다.

BYD가 중저가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고, 샤오펑이 내년 중형 SUV ‘G6’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한 지커의 참전은 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을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전망이다. 더 이상 ‘가격’이 아닌 ‘품질’과 ‘브랜드 가치’로 국산차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지커의 등장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국산차가 독점하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이라며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펼친다면 예상보다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7X / 지커


7X / 지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