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 선언
SK온과 합작법인도 종료, 하이브리드·내연기관으로 전면 U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포드가 결국 전기차 사업의 대대적인 수정을 선언했다. 한때 미래로 불렸던 대형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고, 약 2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포드가 수익성이 낮은 대형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 저가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하는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익성 악화에 F-150 라이트닝 단종
포드의 이번 결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력 전기 픽업트럭이었던 ‘F-150 라이트닝’을 포함한 대형 전기차 모델의 생산 중단이다. F-150은 수십 년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이를 전기화한 F-150 라이트닝은 포드 전동화 전략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높은 생산 비용과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F-150 라이트닝은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나 급감하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어왔다. 앤드루 프릭 포드 내연기관·전기차 사업 총괄은 “수익성 확보 가능성이 없는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영역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28조원대 비용과 SK온과의 결별
전략 전환에 따르는 비용은 막대하다. 포드는 2027년까지 세전 기준 약 195억 달러(약 28조 6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125억 달러는 올해 4분기에 전기차 자산 재편 비용으로 회계에 반영된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 SK온과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관련 비용 약 30억 달러도 포함되어 주목된다. FT에 따르면 포드는 해당 합작 사업에서 철수하고, SK온이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 ‘포드 e’는 지난해 5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3분기에도 36억 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태였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로 선회
포드는 고육지책으로 하이브리드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F-150 라이트닝을 순수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해 주행거리를 늘리고, 생산비가 낮은 중소형 전기차 위주로 라인업을 재정비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을 2029년으로 잡았다.
앞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르노와 협력해 소형 전기차와 밴을 공동 개발·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속도를 높여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전반에 큰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