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대신 나사로 조립... 파손된 부품만 콕 집어 교체 가능
폐기물-탄소배출 줄이고 소비자 부담까지 낮춰... 순환경제 가속화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오너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수리비 문제에 칼을 빼 들었다. ‘접착제 없는 헤드램프’ 개발을 통해 부품 단위 수리를 가능하게 만들어, 수리비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벤츠는 순환경제 목표 프로젝트 ‘미션 X(Mission X)’의 일환으로, 기존의 접착 방식 대신 나사 조립 구조를 적용한 새로운 헤드램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 부품 설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수백만 원 수리비의 주범 접착식 헤드램프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헤드램프는 렌즈, 프레임, 하우징 등 여러 부품이 강력한 접착제로 고정된 일체형 구조다. 이 때문에 주행 중 돌이 튀어 겉면 렌즈에 작은 흠집만 생겨도, 내부 전자부품이 멀쩡하더라도 헤드램프 유닛 전체를 교체해야만 했다.
특히 최근 적용이 늘고 있는 고가의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의 경우, 파손 시 교체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해 소비자 부담이 상당했다. 경미한 사고에도 ‘수리비 폭탄’을 맞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나사 조립 방식으로 전환 수리비와 폐기물 동시 감축
벤츠가 개발 중인 나사 결합 방식 헤드램프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각 부품이 나사로 조립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손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렌즈만 손상되었다면 해당 부품만 저렴한 비용으로 교체하면 수리가 끝난다. 이는 소비자들의 수리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은 명확하다. 불필요한 부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역시 최소화된다. 또한 분해가 쉬운 구조는 향후 폐차 시 재활용 공정의 효율성을 높여 자원의 선순환에 기여한다.
자동차 생산 전 과정에 부는 친환경 바람
벤츠의 혁신은 헤드램프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션 X’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 생산 전 과정의 친환경화를 가속하고 있다.
폐에어백에서 추출한 유리섬유 강화 폴리아미드를 엔진 마운트 같은 중요 부품에 재사용하고, 폐차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으로 신차의 언더커버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한 폐타이어에서 얻은 섬유를 진동 감쇠 장치에, 재활용 PET 소재를 도어 포켓에 적용해 경량화와 친환경을 동시에 달성했다.
새 차 감성을 넘어 지속가능성으로
벤츠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영역에도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폐타이어 기반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단백질을 결합해 천연가죽과 유사하면서도 내구성은 더 뛰어난 인조가죽 소재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새 차의 가죽 냄새 같은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이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 수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리 가능한 헤드램프는 단순히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것을 넘어, 자동차 산업이 나아갈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