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하자 날개 단 하이브리드, 쏘렌토·싼타페 등 SUV가 상위권 장악
‘국민 세단’ 그랜저의 굴욕…압도적 연비에도 순위 밀린 진짜 이유
2025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한때 대세로 여겨졌던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는 ‘캐즘(Chasm)’ 현상과 높은 유지비 부담 속에서 하이브리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며 전체 신차 판매의 26.5%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판매 상위권을 휩쓸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안감과 배터리 안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연비와 정숙성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굳건한 1위 쏘렌토, 2위와 1만대 격차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산 하이브리드 판매량 1위의 영광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에게 돌아갔다. 총 6만 1,079대가 팔려나가며 2위인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5만 647대)를 1만 대 이상 따돌렸다. 쏘렌토는 국산차 전체 판매량에서도 3분기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국민 패밀리카’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인기 비결은 성능과 효율, 공간 활용성을 모두 잡은 데 있다.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출력 235마력의 힘을 내면서도 복합 연비 15.7km/L를 달성했다. 3열 시트를 갖춘 넉넉한 실내 공간은 가족 단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싼타페와 카니발의 치열한 2위 경쟁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5만 647대가 판매되며 2위에 올랐다. 쏘렌토와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이지만, 상대적으로 늦은 출시 시점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복합 연비는 15.3km/L로 쏘렌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3위는 3만 6,239대를 기록한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다. 2톤이 넘는 미니밴임에도 9인승 기준 복합 연비 14.0km/L라는 놀라운 효율을 보여줬다. 특히 6인 이상 탑승 시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자녀 가구에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SUV 강세 속 그랜저의 순위 하락
올해 국산 하이브리드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SUV의 강세와 세단의 약세다. 올해 1월 출시된 현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초로 장착, 334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앞세워 큰 주목을 받았다. 계약자의 80%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며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반면, 지난해 5만 7,107대로 1위를 차지했던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해 2만 9,738대 판매에 그치며 5위로 내려앉았다. 17.1km/L의 우수한 연비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간 활용성을 앞세운 SUV 하이브리드 모델들에 밀려 고전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세단보다 3열 시트를 갖춘 대형 SUV를 더 선호하는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5년 하이브리드 시장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불안정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26년에도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아 셀토스, KGM 토레스 등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예고되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