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싼타페·스포티지, 20년 전 가격 보니 ‘입이 떡’… 물가상승률 훌쩍 넘는 인상 폭
단순 물가 상승 아니다… 체급 커지고 옵션 좋아지니 기본 트림 가격도 ‘훌쩍’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특히 자녀를 둔 가장들의 ‘패밀리카’로 인기가 높은 SUV 가격이 지난 20년간 무섭게 치솟으며 아빠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물가가 오른 수준을 넘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가격표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훌쩍 넘는 가격 인상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25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572로, 지난 20년간 체감 물가가 약 57.2%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산 대표 SUV들의 가격 상승률은 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20년 전 ‘국민 아빠차’로 불리던 모델들의 현재 가격을 들여다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과거에는 상위 트림 위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기본형 모델부터 가격이 크게 오르는 흐름이 뚜렷하다. 체급 변화와 상품성 강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쏘렌토 스포티지 20년 전 가격 보니
기아 쏘렌토는 대표적인 예다. 2005년 당시 1세대 쏘렌토는 프레임 보디 기반의 정통 SUV로, 2WD 기본형이 2,034만 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도심형 SUV로 탈바꿈한 현행 4세대 쏘렌토는 2.5 가솔린 기본 트림이 3,580만 원부터다. 최저가 기준 무려 76%나 급등한 수치로, 물가상승률을 20%포인트 가까이 웃돈다.
현대차 싼타페도 마찬가지다. 2005년 출시된 2세대 싼타페의 기본형은 2,272만 원이었다. 현재 5세대 싼타페는 차체가 훨씬 커지면서 기본 가격이 3,606만 원으로 책정됐다. 20년간 최저가가 58.7% 올라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를 보여준 모델은 기아 스포티지다. 2005년 SUV 판매 1위를 기록했던 스포티지의 시작 가격은 1,472만 원에 불과했다. 현재 경차와 비슷한 가격대다. 이후 체급을 키우며 준중형 SUV로 거듭난 현행 스포티지는 가솔린 기본 모델이 2,863만 원부터 시작한다. 최저가가 94.5%나 오르며 거의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차
이 같은 가격 급등은 단순히 물가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국산 SUV의 체급 자체가 커지고, 각종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되는 등 ‘상품성 강화’가 가격 인상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위 트림에만 적용되던 고급 옵션들이 이제는 기본 트림부터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추가된 점도 전체적인 가격대를 끌어올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20년 전과 같은 이름의 차를 사더라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등급의 차량을 구매하는 셈이 됐다. ‘차 값으로 집 산다’는 옛말이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