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8 콜벳 판매 부진 타개할 GM의 비장의 카드 ‘그랜드 스포츠’ 부활하나
전동화 시대 역행하는 대배기량 V8, 수동 변속기 탑재 가능성까지
미드십 엔진 구조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던 8세대 콜벳(C8)이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2019년 스팅레이 모델 출시 이후 고성능 Z06, 하이브리드 E-레이, 트윈터보 ZR1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을 숨 가쁘게 확장해 온 GM이 전동화 시대에 보기 드문 대배기량 V8 엔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미국 매체 ‘콜벳블로거’에 따르면, 2027년형 콜벳 C8 부품 카탈로그에서 GM의 차세대 6세대 가솔린 V8 엔진, 코드명 ‘LS6’의 존재가 유출됐다. 무려 6.7리터에 달하는 이 새로운 심장은 콜벳 라인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6.7리터 LS6 그랜드 스포츠의 심장되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LS6 엔진이 과거 콜벳의 영광을 재현할 ‘그랜드 스포츠’ 트림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랜드 스포츠는 전통적으로 기본형인 스팅레이와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춘 Z06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고성능 모델로, 합리적인 가격에 강력한 성능을 제공해 많은 팬을 확보해왔다.
새로운 6.7리터 LS6 V8 엔진은 약 550마력 수준의 출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Z06의 LT6 엔진처럼 고회전을 지향하는 콜벳 전용 고가 엔진이 아닌, GM의 다른 SUV나 픽업트럭에도 사용될 범용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최고출력 경쟁보다는 풍부한 토크와 일상 주행에서의 실용성을 중시한 세팅임을 짐작하게 한다. 알루미늄 블록과 직분사, 매니폴드 분사를 통합한 연료 시스템 등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은 과시했지만 판매는 주춤
사실 콜벳 Z06와 ZR1 등 초고성능 모델들은 올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인상적인 랩타임을 기록하며 GM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퍼포먼스 마케팅이 실제 판매량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미국 내 콜벳 판매량은 1만 7718대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1%나 감소한 수치다. 고성능 라인업을 연이어 투입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다 넓은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는 ‘중간급 고성능 모델’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전통 감성 회귀 수동 변속기까지
더욱 흥미로운 점은 수동 변속기의 부활 가능성이다. 현재 모든 C8 콜벳 모델에는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만 적용된다. 하지만 변속기 제조사인 트레멕이 최근 C8 콜벳을 위한 6단 수동 변속기를 개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GM의 공식 채택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6.7리터 자연흡기 V8 엔진과 그랜드 스포츠 트림의 부활, 그리고 수동 변속기 조합은 단순한 파워트레인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전동화와 다운사이징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GM이 콜벳의 ‘전통적인 스포츠카 감성’과 운전의 재미를 다시 한번 브랜드의 핵심 무기로 삼으려 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