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 1위 등극, 아이오닉 5 밀어내고 시장 판도 바꿨다
소형 SUV 한계 넘은 공간 활용성… ‘패밀리카’로도 손색 없어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출시 초반 ‘작은 차’라는 편견 속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며, 부동의 1위였던 현대차 아이오닉 5까지 제치고 새로운 왕좌에 올랐다.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공간 구성, 합리적인 성능의 조합이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전기차는 여전히 비싸고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EV3는 단순한 신차를 넘어 침체된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오닉 5마저 제친 압도적 판매량
EV3의 돌풍은 판매량으로 증명된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2만 1075대가 팔려나가며 국산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만 4109대 판매에 그친 아이오닉 5를 가뿐히 넘어선 수치다. 이는 소형 전기 SUV가 중형급 모델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각인시킨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기아는 EV3를 전기차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전략 모델로 내세웠다. 81.4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501km라는 인상적인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도심 주행은 물론 주말 장거리 여행까지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작은 차 편견 깨부순 공간과 성능
EV3의 가장 큰 매력은 소형 차급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품성이다. 특히 공간 활용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내 공간을 극대화해 1열과 2열 모두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120mm 확장형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은 정차 중 간단한 업무나 식사를 가능하게 해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바꿔준다. 트렁크 용량 역시 460리터로 동급 최대 수준이며, 25리터의 프론트 트렁크(프렁크)까지 갖춰 수납 편의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기아 AI 어시스턴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빌트인캠 2, 디지털키 2 등 최신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실내외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은 캠핑 등 야외 활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안전성까지 입증한 글로벌 호평
EV3는 ‘작은 차는 안전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최근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하며 완벽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충돌 상황에서도 승객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탑승자를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2), 차로 유지 보조 2(LFA2) 등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9개의 에어백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 점도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이러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EV3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WCOTY)’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V3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긴 주행거리, 넓은 공간,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까지 모두 갖춘 전천후 전기차”라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며 당분간 독주 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